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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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7 We are the Massacre
일기 / 2008/11/27 20:53

The World's End Girlfriend - We are the Massacre


무슨 책 이었던가(아마 『이것이 인간인가』일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프리모 레비의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프리모 레비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화학자이다. 그가 가진 화학적 지식 덕에, 그는 한 (나치) 독일의 화학자의 지시에 따라 화학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다(다른 수감자에 비해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그가 오랜 수용소 생활 끝에 간단한 독일어 회화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언어와 지식. '소통'을 할 수 있는 약간의 조건은 갖춘 셈이었다(물론, '인간'이라는 조건도 갖추었다!). 그러나 그는 그 화학자와 전혀 '소통'할 수 없다. 단지 '소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는 그를 마치 수족관의 유리를 통해서 (물고기) 보듯하는 화학자의 을 목격한다.

나는 이제 내가 저런 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 새삼 무서워졌다. 보고 있되(see), 보고 있지(gaze) 않은 . 사랑은 고사하고 혐오조차 표현하지 않는 . 시선의 대상에게서 아무런 의미작용도 읽어내지 않는 . 시선의 공백은 언어의 공백이다. 언어의 공백은 거대한 폭력 그 자체이다. (우리는 오늘날 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을 '알고만' 있는가. 소위 '기아', '전 세계 분쟁'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체 어떤 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오늘, 시덥잖은 저널 하나를 보았다. '동상 예방법'에 대한 글이 있기에 읽어 내려 갔다. 그래그래, 동상 걸리면 안되지. 그 다음에 짧게 나온 내용은 겨울철 '저체온증' 예방의 중요성이었다. 자, 저체온증이 되면 어떻게 되느냐. 토끼는 몇 도의 물에서 몇 분이 지나자 사망. 개도 사망. 일본 747부대의 실험결과 4도(?)의 물에서 평균 30여분 만에 전원 사망. 나치 독일의 유태인 생체실험결과 6도(?)의 물에서 최단 30여분 최장 90여분만에 전원 사망. 아, 저체온증 걸리면 죽을 수도 있구나, 아, 저체온증, 심각하네 생각보다. (응? 응??)

나는 그 저널을 '자연스럽게' 읽어 내려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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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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