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카테고리

전체보기 (484)
일기 (198)
조각들 (74)
독서노트 (79)
스크랩 (57)
영화 (44)
음악 (0)
문학 (17)
번역 (14)
(0)
기타 (1)
미공개 (0)

'5x2'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1/31 두 개의 영화
영화 / 2008/01/31 23:35

오늘은 영화를 극장에서 두 편이나 보았다. 하나는 미로스페이스에서, 다른 하나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과외 시간이 애매해져서 세미나도 째버렸는데; 또 날탱이 짓을..


**

하나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5x2>라는 영화였다. 별 다른 기대 없이 봤는데, 기대만큼 별 다른 감흥 없이 끝났다. 이런 구도는 이젠 시시하기 짝이 없다. 처음에는 이혼하게 된 커플이 등장하고, 그 커플이 지내온 과거의 장면들을 하나 하나씩 추적해 가면서, 결말은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폴-인-러브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를 보고서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섹스-정치(여기서는 rape-politics와 유사어로서)의 장면들에 대해 새삼 재확인하게 되었달까. 이는 예전에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에서도 주인공 남자가 레이프rape를, 일종의 관계 맺음의 수단(혹은 관계 확인을 위한 것이나 관계의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5x2>에서 질이 마리온을 레이핑한 뒤에 마리온을 붙잡고 간절한 눈으로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라고 묻는 것에서 섬찟함까지 느꼈다. 급작스럽게 레이핑을 하는 질에게는 그것이 정사(情事)이고 로맨스일 수 있겠지만(그는 이 순간 gender-hierarchy를 enact하면서 레이프-정치를 행하는 셈이다), 마리온에게는 전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직후에 마리온은 그런 멍청한 질을 내차버리지만. 물론 구체적인 '개인-개인' 관계에서는 이 레이프-정치학으로 그 관계에 대해서 캐묻는 것이 부당한 면이 없지 않겠으나, 이렇게 레이프-정치가 영화적 재현으로 명백히 드러나는 현상을 볼 때는 또 다른 문제가 개입될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이렇게 레이프-정치가 작동하는 한, 엄밀한 의미에서의 '개인-개인' 관계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맥락과 연결지어 '판타즘'에 대해서도 지적할 부분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생략...


**

다른 하나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카페 뤼미에르>였다. 과외도 했고 살짝 피곤했었기 때문에 졸 뻔한 위기도 있었으나(;), 영화의 느낌이 꽤나 마음에 들고 좋아서, 영화가 끝났을 땐 "벌써?"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여기 등장하는 요코의 '가족'이 보여주는 관계의 질서가 너무 익숙해서 헛헛 웃음이 나왔었다. 그 질서가 익숙한 이유는, 요코-'새 엄마'-아빠로 이루어진 가족 관계, 그리고 그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의 양식이 꼭 내가 나의 가족과 관계 맺고 있는 방식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 3인 '가족'의 모습에 여/남동생 2인을 끼워 넣고 대충 조합해도 비슷한 모습이 나오리라. 사실 이건 웃음 나올일이 아니고 좀 씁쓸한 일이다.


덧)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정말 마음에 든다. 예전에 시네큐브 자리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덧2) <5x2>를 볼 때 관객 구성이 참 특이했다. 나이 어린 사람은 거의 없었고(나를 포함해 3~4명?), 대부분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주 관객이었다.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 싶어서 혼자 생각해 보고 키득댔다; 사실 키득댈 일은 아닌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07)  (0) 2008/03/03
쾌도 홍길동  (0) 2008/02/22
두 개의 영화  (0) 2008/01/31
그르바비차(2006)  (2) 2008/01/13
68 혁명  (2) 2008/01/10
Posted by 소이연

글 보관함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 2012.0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