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를 극장에서 두 편이나 보았다. 하나는 미로스페이스에서, 다른 하나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에서. 과외 시간이 애매해져서 세미나도 째버렸는데; 또 날탱이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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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5x2>라는 영화였다. 별 다른 기대 없이 봤는데, 기대만큼 별 다른 감흥 없이 끝났다. 이런 구도는 이젠 시시하기 짝이 없다. 처음에는 이혼하게 된 커플이 등장하고, 그 커플이 지내온 과거의 장면들을 하나 하나씩 추적해 가면서, 결말은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폴-인-러브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를 보고서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섹스-정치(여기서는 rape-politics와 유사어로서)의 장면들에 대해 새삼 재확인하게 되었달까. 이는 예전에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에서도 주인공 남자가 레이프rape를, 일종의 관계 맺음의 수단(혹은 관계 확인을 위한 것이나 관계의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5x2>에서 질이 마리온을 레이핑한 뒤에 마리온을 붙잡고 간절한 눈으로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라고 묻는 것에서 섬찟함까지 느꼈다. 급작스럽게 레이핑을 하는 질에게는 그것이 정사(情事)이고 로맨스일 수 있겠지만(그는 이 순간 gender-hierarchy를 enact하면서 레이프-정치를 행하는 셈이다), 마리온에게는 전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직후에 마리온은 그런 멍청한 질을 내차버리지만. 물론 구체적인 '개인-개인' 관계에서는 이 레이프-정치학으로 그 관계에 대해서 캐묻는 것이 부당한 면이 없지 않겠으나, 이렇게 레이프-정치가 영화적 재현으로 명백히 드러나는 현상을 볼 때는 또 다른 문제가 개입될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이렇게 레이프-정치가 작동하는 한, 엄밀한 의미에서의 '개인-개인' 관계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맥락과 연결지어 '판타즘'에 대해서도 지적할 부분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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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카페 뤼미에르>였다. 과외도 했고 살짝 피곤했었기 때문에 졸 뻔한 위기도 있었으나(;), 영화의 느낌이 꽤나 마음에 들고 좋아서, 영화가 끝났을 땐 "벌써?"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여기 등장하는 요코의 '가족'이 보여주는 관계의 질서가 너무 익숙해서 헛헛 웃음이 나왔었다. 그 질서가 익숙한 이유는, 요코-'새 엄마'-아빠로 이루어진 가족 관계, 그리고 그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의 양식이 꼭 내가 나의 가족과 관계 맺고 있는 방식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 3인 '가족'의 모습에 여/남동생 2인을 끼워 넣고 대충 조합해도 비슷한 모습이 나오리라. 사실 이건 웃음 나올일이 아니고 좀 씁쓸한 일이다.
덧)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정말 마음에 든다. 예전에 시네큐브 자리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덧2) <5x2>를 볼 때 관객 구성이 참 특이했다. 나이 어린 사람은 거의 없었고(나를 포함해 3~4명?), 대부분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주 관객이었다.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 싶어서 혼자 생각해 보고 키득댔다; 사실 키득댈 일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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