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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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2/07 영 레프트
조각들 / 2007/12/07 14:05

나는 단적으로 말해서, '영 레프트'들이 싫다. 여기서 영 레프트라 함은 단지 '나이가 어린' 좌-지향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영 레프트는 자신의 '운동관'을 설명함에 있어서 굳이 '세대'라는 관점을 끌어와 덧붙이는 사람들의 집단(더 정확히 말하자면 증상, 신드롬)을 의미한다. 그들은 소위 '386세대/민주화 세력'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떳떳히 드러내면서 자기 자신 혹은 자기 '세대'들이 갖는 정치적 견해(혹은 올바름)를 확립한다. 영 레프트들이 보기에, '386세대/민주화세력'들은 소위 '남성중심적'이고, ('폭력 시위' 많이 해서 거칠고 폭력적이며), 환경 소수자 장애 문제들에는 침묵하는 세대다. 그리고 '386세대/민주화세력'들은, 이제 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이데올로그들이 되었고,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었으며, 이 대선 정국에서 별다른 '힘'도 못쓰며, 자기 자신들이 '과거에' 행했던 (일견 성공한듯 보이는) 그 정치적 행동들과 이슈들을 '추억'처럼 간직하고 살아간다고 본다.

그래, 이 말들, 이 분석들 일견 다 맞다. 나도 느끼고 있다. 나도 소위 '386세대/민주화세력'이라고 호명'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 역시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옹호할 마음도 전연 없다. 서동진 선생님이 꾸준히 지적하고 있듯, '386세대/민주화세력'들의 민주화 기획의 에토스가 그리고 그 기획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에토스와 얼마나 유사하며 얼마나 근본 구조가 같았는지에 대해서 말한다고 해서 (이제는 놀랄 사람도 없겠지만)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대적 관점'을 도입합으로써, 우리는 그야말로 '오이디푸스 신화' 속에 우리 자신들을 위치짓게 되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나는 '앙띠 오이디푸스' 혹은 '탈 오이디푸스'로 나아가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한편 단순히 말해서 나는 그것들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순전한 수사적 기만. 오이디푸스 신화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일뿐.. 중요한 것은 오이디푸스 신화 자체가 허구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예 그것을 사고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은 아닐까). 다만, 이렇게 우리가 오이디푸스 신화 속으로 위치지어지게 되면서, 우리가 놓치게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한번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다음 기회에.. 사실 뻔한 말인지라 글로 옮기기 민망..) 그리고 설령 그렇게 '386 세대/민주화 세력'들이 싫다면 아예 쌩까고 자기의 운동과 정치에 전념할 일이다. 그 사람들 굳이 정신 상태 개조해서 합치기라도 해야나? 그러나 '연대solidarity'는 '개조'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영 레프트'들이 싫은 가장 큰, 단적인 이유. 그들은 이렇듯 세대적 관점에서 '이전 레프트'들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면서 자기 자신의 결함들은 감춰 버린다. 자족적이라고나 할까. 지젝은 어느 글에선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의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행복'했던 이유들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당'에 모든 사회적 문제들의 책임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 레프트들이 하는 짓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운동 중에서도 '진정한authentic' 운동이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것만큼 반反 민주적인 프로젝트가 있을까? 민주주의는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컹 살짜쿵(?) 오바 중;). 그들이 나중에 지금의 '민주화 세력'이 차지한 자리에 위치 지어지게 되었을때, 그들이 어떤 짓을 할지 뻔하지 않은가?


덧) '386세대'라고 하는 말은 학력 차별적인 용어로 문제가 많은 말이다(사실 당장 폐기해야 할 용어다). 30대, 80년대 학번, 60년 생이라는 말 자체가 전제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할 일.

덧2) 나는 '포스트 386'이라는 말도 싫다. 포스트? 무엇을? '탈脫'했는가, '후기後期'인가? 이건 진짜 말 갖고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응?)

덧3) 그리고 나는 이 '영 레프트'들이 과거의 투쟁 방식ㅡ불지르고 때리고 마구 때려부수는ㅡ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것에 대한 강렬한 반감과 혐오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나가서 아무나 패고 전경들 만나면 그냥 막 때리고 정부 기관은 다 때려부수고 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소위 '폭력'을 감추고 억압하는 것, 혹은 저만치 내쫓아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폭력'(이라는 말이 주는 온갖 위험성과 남성 중심성과 끊임없이 투쟁하는 피곤함을 인정하고서라도)을 안고 가야한다. 그들에게 있어 폭력 투쟁을 통한 흑인 운동가로 알려진 말콤X나 식민주의에 대한 폭력무장투쟁을 종용한 프란츠 파농이나 사르트르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될지 궁금하다.
'폭력' 운동을 전유하는 것, '촛불 시위' '1인 시위'등으로 대표되는 '평화'로운 운동을 전유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둘을 전유하는 집단 간의 어떤 편향성, 그리고 역사적이고 지역적인 맥락이 존재한다. 이 역사성과 맥락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폭력'을 저만치로 내쫓아 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푸닥거리(exorcising/conjuring)'에 지나지 않는다. (둥둥. 훠어이~ 물럿거라!)

덧4) 나도 영 레프트들이 싫다면 그냥 쌩까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냥 쌩까지 못하고 계속 신경쓰고 있는 이유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로 영 레프트에 속하는 측면에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난 '아저씨'들이 진짜 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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