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하고도 넷.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숫자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벼워질 수만은 없는 숫자다. 자기의 나이를 늦은 밤에 셈한다는 건, 그만큼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하지만 그런 다소 뻔뻔할 수 있는 선언과는 무관하게도, 나의 스물, 하고도 넷은 너무나 게으르다. 공부도, 사람도, 앞으로도 나의 전부가 될 이것들에게조차도, 나는 무한히 게으르다. 눈동자의 초점은 자꾸만 땅바닥을 향하고, 마음의 초점은 내가 가지 못했던/가지 못할 공간을 향한다.
이쯤 되면, 나는 '헐벗은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걸, 무신론자라는 걸 자랑삼아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나도 종교가 없다. 하지만 종교가 없다는 건, 즉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다시 말해 인식불가능한 절대성 혹은 모든 것을 감싸안는 죽음에 가까운 절대 심연으로서의 체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자랑이 될 수도 없고 자랑이 되어서도 안된다. 왜냐면, 자신의 위치를 사회적으로 보증해주는 외피(外皮)를 충분하게 덮어 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니까. (물론 이는 현실 제도로서의 종교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어느 덧 스물, 하고도 넷이 된 나의 하염없는 게으름은, 내가 뒤집어 쓰고 있는 두툼한 외피들 덕에 가능한, 충분히 사치스러운 일이다. 하이얀 담배 연기와 위장된 한숨으로는, 이 사치 상태를 버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차라리, 한껏 더러워지고 싶다. 이런 외피들 따위, 곁눈질과 짧은 코호흡 한번으로 가볍게 조소해버리고, 냄새나는 흙 묻은 발로 질겅질겅 거칠게 짓밟아 버릴 수 있는, 혹은 칼질 한 번으로 슥삭- 베어내고 새빨간 피와 함께 보여서는 안 될 것까지 드러내 버릴 수 있는, 그런 무언가/누군가에게 나를 잠시나마 떠맡기고 싶다. 이런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이렇게 하련다.
이럴 때 종종 위안이 되는 덴마크 출신의 야옹이 밴드. 야옹, 너희 밴드 이름을 보면 질투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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