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01 한국소설만 읽는 이유 (4)
  2. 2009/04/30 싫은 남자애들 유형

주지하다시피 '한국소설'이라는 말은 문제적인 말이다. '한국인에 의해' 쓰인 소설이란 말인가? '한국에서' 쓰인 소설이란 말인가? '한국어'로 쓰인 소설이란 말인가? '한국인에 대해' 쓴 소설이란 말인가? '한국'은 어디를 지칭하는 것이며('코리아타운'은 한국인가 한국적인가 혹은 한국이 아닌가) '한국인'은 누구를 일컫는 말인가(타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한국인인가 아닌가 귀화하면 한국인인가 아닌가)? 잘 읽히는 한국어로 출간된 '번역소설'은 '한국소설'인가 아닌가? 등등 끝도 없이 늘어지는 질문에 나는 도저히 대답할 여력이 없다. (이렇게 질문을 밑도 끝도 없이 늘어놓는건 생각이 많다거나 현실의 복잡합을 표현하는게 아니라, 사실은 질문 자체가 우문에 가깝거나 지적 무능을 질문으로 감추려는 수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한국소설'만 본다. 나는 이 말을 쓰곤 하지만 이 말을 보편적인 정의로 묶어둘 생각은 없다. 내가 보는 소설이 곧 내가 말하는 '한국소설'인 것이다. 이걸 고려하면 사실 제목도 수정되어야 한다. <내가 읽는 '소설'> 정도일까... =_= 그렇다고 하여 '한국소설'과 무관한 건 아니고 ㅎㅎ


난 일단 한국어로 쓰인 소설만 읽는다. 그것도 일단 매끈한 한국어로 쓰여야 한다. 읽다가 어색한 문장이나 오탈자가 나오거나 하면 기분을 좀 잡친다. 외국어로 쓰인 소설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일단 사전 찾느라 재미를 다 잃어버리고 만다. 사실 감동을 받은 외국소설도 있었지만 대학 때 '수업'으로 들어야만 했기 때문에 흥미를 이내 죄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소설의 배경이 한국일수록 좋다. 아니, 한국에 가까울수록 좋다. 가깝더라도 친숙한 지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연변이라든지 홋카이도라든지. 좋아하는 작가라 하더라도 배경이 외국이면 일단 아웃이다. 나는 이국적인 것에 그리 취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국적인건 나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제강점기 등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도 잘 소화해내지 못한다. 과거는 낯선 이국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간적 배경은 현대에 가깝거나 무시간성이어야 한다.

소설가의 이름도 중요하다. 부모에게 지정된 성과 이름을 가지고 소설가나 소설을 판단하는 건 어찌보면 '죄악'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여러가지 숙명들 중에(타고난 것들 중에) 외모만큼이나 이름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첫인상 만큼이나 이름도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 볼 수 있는 필명을 쓰는 작가(혹은 필명 같은 이름을 가진 작가)를 사랑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다. 아무리 서사나 플롯이 좋아도 인물 이름이 꽝이면 몰입이 안된다. 인물이 서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 상징적인 의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을 써야한다(적어도 그럴듯 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가장 중요한 3대 조건. 그리고 기타 조건들이 있다.


남자 소설가가 쓴 소설은 일단 손에 잘 쥐지를 않는다. 특히 원로 남성 소설가는 절대 안 읽는다(김훈, 조정래, 김진명 등). 만약 대하소설을 쓴 남성 소설가라면? 이게 최악이다 -_- 물론 한국의 규범적인 남성성을 갖지 않거나 그로부터 벗어나려는(벗어난) 작가는 상관없다(예컨대 정찬씨 정도?). 시인은 남자 시인이어도 상관없는데 이상하게 소설은 좀...

상, 특히 최근에 제정된 상을 받은 소설은 잘 안 읽는다. 1억원 고료라든지 신춘문예 당선작이라든지. 비슷하게 지나치게 추앙되는(특히 소설책 뒷면이나 해설 등에서!!!) 작가도 안 읽는다.

소설가 고유의 세계관이 느껴져야 한다. 산문집, 에세이를 출판한 소설가는 그래서 고맙다(한강, 김연수, 공지영씨, 김형경 등. 배수아는 에세이집이 없는 것 같지만 어쨌든 고유한 세계관을 가졌다).

판타지는 싫다. 지금 사는 세상도 아스트랄하고 뽠똬스띅한데 판타지 소설 읽을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세가 되는 날이면  (0) 2009/12/26
고통과 위안  (0) 2009/10/14
한국소설만 읽는 이유  (4) 2009/07/01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  (2) 2008/09/21
학교와 계ㄱ 재생ㅅ을 보다가...  (0) 2008/09/10
Posted by 비앙

'남자애들'이라는 말에 제기할 수 있는 수많은 질문들을 뒤로 하고, 일단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듯한 그런 의미로서 '남자애들'을 가정했을 때, 내가 몹시도 싫어하는 남자애들 유형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가장 싫은 남자애 유형은, 다름 아닌 "난 상처가 있어..."라고 말하는 유형이다. 마치 자기의 가장 은밀한 속내를 고백하는 듯한 말투로, 하지만 절대로 그 상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상처'가 '있다'고 알린다. 도대체 왜 그런 걸 말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진부하면서도 흥미로운 점은, 저렇게 '여자에게 받은 상처'를 말하는 애들 대부분이 여성혐오자라는 것이다. 자기는 여자를 싫어한다고, 그래서 연애를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애들 대부분은 섹스 옹호자들이다. 실제로 얼마나 섹스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섹스 관한 얘기를 만나기라도 하면 무조건 젤 많이 떠드는 애들이다. 아 진짜 싫다. '상처'는 무슨. 빌어먹을 찌질이들. 더 가관인건, 그 말을 들은 남자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공감해주는 것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_- 하아..

그 다음으로 싫어진 남자애 유형은 "내 엄마"에 대해 말하는 유형이다. 물론 엄마가 오늘은 어쨌다 저쨌다 수다하는 것이 싫은게 아니다. 단지, 역시 자신의 가장 깊은 속내에 있는 것을 말하는 듯한 말투로, '엄마와 자신의 유대'에 대해서 말하는 유형이 싫다는 것이다. 특히 20세가 넘어 머리가 굵어지면서 드디어 '엄마의 삶'이 보이기 시작하는 애들, 그리고 좀 성찰적인 체 하는 애들이 유독 그런 말을 잘 하는 것 같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엄마'라는 말이 갖는 특수한 감정적 정서적 의미를 무시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나, 그 무성찰성에 대해 나는 단지 짜증내고 분노하는 것일 뿐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땐 저런 유형은 아예 인식하지도 못했는데. =_=... 세상은 살아봐야.. (응?)


참, 덧붙여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하나를 써놔야 할 것 같은데. (정신분석을 들먹이면서) 누군가를 막연히 미워하는 건 억압된 자신의 한 모습을 미워하는 것이다 운운하는 말들. 이렇게 무책임하기 짝이 없으면서 분노와 혐오의 에너지를 박탈하는 말이 또 있을까.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려버리는, 화를 다스리는 법을 얘기하기 보다는 도리어 분노하는 자를 비난하는 그 말. 저 말은 너무나 쉬운 말이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마구 들먹이는 것 같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애(lifetime) 서사에 대한 감각  (2) 2009/05/18
비 많이 오는 날  (0) 2009/05/16
싫은 남자애들 유형  (0) 2009/04/30
서재를 갖고 싶어라  (2) 2009/04/22
명견 해피  (2) 2009/04/12
Posted by 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