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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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6 김연수 작가 인터뷰 중에서!
스크랩 / 2010/03/16 14:53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9962 에서 몇개만...

-산문과 소설을, 가볍게 쓰는 글과 힘주어 쓰는 글을 뚜렷이 구분하는 태도가 보입니다. 소설에 대해서는 각별히 경건한 것 같습니다.

=천재의 소설이냐 소설이 아니냐가 아니라 진짜 훌륭한 소설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늘 그와 비슷한 소설을 추구하지만 항상 실패하죠. 그리고 다음에는 더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에세이는 평상시의 자아로 쓰는 글인데, 소설을 쓸 때는 개인으로서 쓴 적이 없어요.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소설 속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저보다 인생 전반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이야기를 해석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책도 많이 보고 기술적인 것도 배우고 경험도 하죠. 그대로의 저는 제가 쓰고자 하는 소설을 쓸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제 자신이 점점 소설 쓰는 자아로 변했고 제가 나아지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거의 간증을 할 수도 있어요. (웃음)
 
-보통은 그냥 “작가로서 성숙했다”고 표현할 텐데 복잡하네요. 같은 사람이지만 소설을 쓰는 순간의 자신은 다른 존재라고 여기시나 봅니다.

=왜 소설 쓰는 자아와 제 자아가 다르냐면 창작하는 과정에 단절이 있어요. 처음 사회적 자아로서 뭘 쓰겠다고 결심하고 나면 먼저 스토리를 만드는데 쓰레기 같은 것들이 나와요. 평소의 내가 얼마나 후진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죠. 마감을 앞두고 잠도 안 자고 더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고쳐 쓰다 뻗어버리는데, 내 자만심도, 습득한 지식도 다 부정하고 아무것도 없이 깡그리 벗겨진 그 상태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예요. 그러니 평상시의 저와는 다른 존재가 썼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이에요. 그 작품을 끝내는 순간에는 “이것은 소설임에 틀림없다”는 환희가 들었어요. 독자들도 제 에세이와 소설이 다르다는 걸 알아요. 에세이와 평소의 저를 좋아하지만 소설은 어려워하는 분도 있어요. 저 역시 독자들을 만나 소설을 설명할 때면 이미 평소의 자아로 돌아가 있기 때문에 남이 쓴 작품을 말하듯 어색해요. 문예지에 연재할 때는, 첫회가 제일 쉬워요. 마감하고 한달 놀고 한달 자료 찾고 마지막 달에 2회분을 쓰려고 첫회를 읽어보면 너무 잘 썼어요. 도저히 이렇게 쓸 수가 없고 남이 써줬다고 생각해도 할 말이 없겠다 싶어요. 그렇게 비참해하다가 간신히 쓰죠. 그리고 3회에 가면 또 가까스로 썼다고 여긴 2회분이 훌륭해 보여요. 그 상황이 반복되는 거죠. (웃음)

-역사소설을 쓸 때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취재하십니다. 고증에서 상상력으로 갈아타는 지점을 어떻게 정하세요?

=상상력 자체가 자료에 기초해요. 자료로 더이상 알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자료를 보죠. <꾿빠이 이상> 같은 경우 마지막 순간에 이상이 갖고 있었던 마음이 가장 중요한데 그건 자료가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에요. 그 부분을 제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읽는 이들이 자료로 써진 부분을 읽으면서 유추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제가 한 작업이었어요. 그게 인문학적 상상력인 것 같아요. 어떤 진실의 순간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쓰지 못해요. 방계의 정황들로 그 순간을 느낄 수 있으면 제일 좋다고 생각하죠. 

-사료나 옛날 신문의 중립적이고 짤막한 기록을 볼 때 가장 궁금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구체적 감각이 와닿는 사건들이죠. 예를 들어 고문이 있었다면 고문방법의 종류는 자료에 다 나와요. 그러나 제가 궁금한 건 1인칭화된 고문이에요. 당연히 아픔이 있었겠지만 아픔은 그 인간에 대해 말해주는 게 없죠. 고문당하는 와중에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일까? 그건 고문 자체의 고통이 아닐 수도 있어요. 김근태씨의 경험담을 보면 고문자들이 애들 교육문제를 잡담하는 소리였다죠. 그것만 해도 많이 들어간 건데 전 그것도 성에 안 차요.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 당사자조차 모르는 무엇을 알아내야 해요. 그리고 사람들은 제가 취재를 한다고 하면 옛날 인물의 복식 같은 걸 찾는다고 생각하는데 좀 달라요. 예컨대 1940년에 태어나 60년에 대학 들어간 인물을 쓴다면 그 무렵 그가 읽었을 법한 책을 무작위로 읽어 그의 교양수준, 접했던 어휘, 감각적으로 노출됐던 폭력, 인식의 지평을 체화해야 해요. 그렇게 인물의 상태를 파악한 다음, 극적인 상황에 던져놓아야 고유한 행동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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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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