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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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6/24 내가 결국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
독서노트 / 2009/06/24 21:16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중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간혹 서울을 떠났지만 매번 곧 돌아왔다. 도시 전체가 옛 시대의 유산인 곳이나 빼어난 절경을 가진 곳에서도 나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내 서울이 그리워졌고 돌아오면 안도했다. 서울이 전적으로 태평하고 무사한 도시여서가 아니었다. 대개의 삶이 그렇듯, 그런 날은 일부에 불과했다. 안도감이나 그리움은 서울을 벗어나 있을 때에나 가능했다. 서울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를 영영 떠날 꿈을 꾸어본 적이 없다. 서울은 나와 가장 닮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 편혜영, 「크림색 소파의 방」서문(???), p. 211


그 도시는 나의 유년시절을 모르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될 수 있는 한 철없이 논다.

- 윤성희,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서문(???), p. 184



소설집을 들춰보다가 어쩔 수 없이 깊이 공감하게 된 문장. 그랬다. 안도감, 그리움은 서울에 있을 때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곳에서 나는 철없이 놀 수 있었고 철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덧붙여 편혜영씨의 말에 토를 조금 더 달자면, 서울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수선하기만 한 나와 가장 닮았을 뿐 아니라, 그런 나를 아무 말 없이 나를 가장 받아들여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테마 소설집>이 얼마 전 나왔다. 나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시도로 읽혀서 책을 샀는데 솔직히 말해 서울은 너무나도 '서울'이기에 다른 문학에서도 충분히 서울을 느낄 수 있고 따라서 특별히 이 소설이 '서울 테마 소설집'이라고 느끼진 못하겠다. (난 뭘 기대하고 있었던 건지) 인터넷 그림을 볼 땐 소설집의 '쿨'하고 '감각적인' 북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첫 인상에 비해 쪼오금은 실망할 수밖에.

소설집에서는 '서울성(性)'이랄까 'seoulness'랄까, 하는 무언가에 대한 직접적인 사유를 읽어 내기 힘들었다. 내가 기대했던건 어쩌면 이것이었을테다. 다시 말해, 결국 내가 가진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에 합치하는 소설은 만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조각들을 이리 저리 짜맞추면 하나의 이미지가 그려지기는 하지만, 어떤 총체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이게 곧, 서울인가?). 내 소설 편식증 때문에 전혀 읽히지 않는 소설도 있었고..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일단 잘 읽히고 재밌는 소설들도 많고, 무엇보다도 좋은 문장들을 많이 건졌다. 몽땅 필사해 뒀다는! ^^

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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