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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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2010/07/25 21:09

오늘은 내가 태어난지 딱 25년 되는 날(해피 버스데이 투 미~♬). 스무살 초반이 넘어서 생일은 보통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혼자서 보낼 때가 많았다. 여행을 간다던지, 영화관이나 미술관에를 하루 종일 간다던지, 사고 싶었던 것을 무리해서라도 구입을 한다던지. 지금까지 살아왔다는게 너무 장하다는, 그냥 나에게 주는 하루 어치 선물인 셈이었다. 그게 좋았다 싫었다, 혹은 혼자 지내는게 좋다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고. 그런데 25살 되는 날 생일에는 발품 팔아 열심히 방을 구해야했으니 이거 원ㅋ 그러나 며칠 만에, 수십 개의 방을 본 끝에, 하늘에서 내린 선물처럼, 그 귀하다는 "맘에 쏙 드는" 전세 투룸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ㅠㅠ! 동네가 하늘 받드는 곳이라는 지명을 가진 땅이었는데, 하늘과 이번 방을 구하느라 등골이 휜 부모님께 감사를! 이건 최고의 선물이야!! 아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쌩유 베리마치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셰셰 메씨 보꾸 당케 쉔 마할로 그라찌에 그라씨아스!!


대략적인 집의 배치도. 공간의 상대적인 크기 같은 건 잘 모른다. 1.5층에 전용 면적으로는 대략 14.5평 쯤 되고, 방이 2개(하나는 미닫이 문으로 거실과 침실로 사용 가능)이고, 방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크기지만 <서고>로 쓰기엔 괜찮은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다. 혼자 살기엔 좀 넓을지도 모르겠으나 둘이 살기엔 너무 커서 휑하지 않은 적당한 크기일 것 같다. 베란다엔 물건 보관하기 좋으며, 세탁기와 보일러가 있다. 방쪽 창은 넓은 편이지만 앞에 또 건물이 있어 전망은 그리 좋진 않다. 그래도 나름대로 나무도 심어져 있다. 욕실은 좁지 않고 깨끗하다. 베란다 쪽에서는 산이 보인다.

신혼부부가 살던 집이라 벽지도 하얗고 장판도 깨끗하며 거실 한쪽 면에는 포인트 벽지도 붙어서 예쁘다. 센스 있게 칙칙한 철문에 나무때깔 포인트 스티커도 붙여 놓으셨다. 여기에 책장 몇 개, 옷장 하나, 책상 하나, 부엌에 둘 미니테이블과 스툴 몇개 정도 챙겨 오면 가구 배치는 끝. 전자렌지, 가스렌지, 밥솥, 각종 부엌 집기류, 세탁기 이런 건 다 구입해야 한다. 주인 신혼부부는 인상도 좋고 이래저래 성실해 보여서 좋았다. 아기도 엄청 예뻤고. 스윗 홈을 세주고 자기들은 직장 관계로 경기도로 이사가서 살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낡은 싱크대는 교체하고 나간다고 했다.

집에 살게 되면 야심차게 추진할 것들이 있다. 제일 먼저는 <포인트 벽지>와 <포인트 스티커> 구입. 내가 쓸 안방 한 면을 예쁜 포인트 벽지로 덮어버릴거다. 창문에는 스티커를 붙일 거고. 대략 7만원 정도의 돈과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면 해결이 될 것 같다. 다음으로는 <빈 백(bean bag)> 구입. 주말이나 저녁에 집에 돌아와 늘어지듯 빈 백에 누워서 소설이나 시집을 보면 정말 좋겠다. 근데 이 녀석이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하는 중. 마지막으로는 <시리얼 디스펜서> 구입. 예쁘장한 <커피 메이커>는 조금 나중에. 그걸 사려면 그라인더 같은 부수기재도 사야하니까 고민 중. TV는 놓지 않을 것이다.

몇 가지 아쉬운 건 지하철 역에서 10분 정도 걸린다는 거고, 오르막길을 지나야 한다는 것, 주변에 공사를 한다는 것, 뒷산이 예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거실이 넓진 않아서 둘러 앉는 파티는 못하게 될 거라는 것(동생이 오기 전엔 방을 거실로도 쓸 수 있어서 가능하겠지만). 그것 외엔, 뭐, 내가 다닐 학교 근처에 있는 조용한 동네니까 아주 만족한다. 좀 걸어 나가 길을 건너면 마을버스타고 강의실로 바로 갈수도 있고. 바로 밑에 있는 중학교도 밤 12시까지 개방한다고 하고. 조금만 신경 쓰면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봐 올 수도 있고. 만약 노력을 더 한다면 집에서 12~3분 정도 걸어가서 1주일 3시간 강습하는데 한달 수강료가 28,700원 밖에 안하는 수영레슨이나 스쿼시레슨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거 구하려고 정말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물의 시간이란 건 문자 그대로다. (ㅠㅠ) 지난 2주는 온통 생활 공간을 구하는데 신경이 쏠려 있었다. 돈 문제, 지역 문제, 부모님과의 가치 갈등, 타이밍 문제 등등 온갖 문제가 일상에 산적하여 책이고 논문이고 뭐고 아무것도 읽지도 못한 채 시간을 모두 쏟아부어야 했다. 사무실에서는 직거래 카페에서 매물 보기에 바빴고... 전세 대란이라더니, 진짜 방 잠깐 보고 생각 좀 해보겠다고 나왔다가 몇 시간 뒤에 전화 걸면 방이 나갔다고 하고 그랬다. 여하튼 이젠 이 번잡한 생활도 끝이구나. 몸 누일 공간 하나 제대로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여기서 5년이고 6년이고 계속 살면 좋겠다. 다 귀찮다. 두 번은 못하겠다.

그리고 제발 8월 중순부턴 여기에 진짜 살게 되길 바란다. 돈도 부쳤으니 계약 파기하시면 안돼요. 흑흑


덧) 미니 테이블은 이런 느낌이면 어떨까? 하지만 난 당분간은 혼자 살잖아? 안 될거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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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일기 / 2007/07/26 19:48

- 어제부로, 태어난지 22년이 지나 23년째로 돌입했다. 23살(만 22살), 대학 4학년..

- 나는 생일이란 것은 특별한 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이 날'만' "(개인에게)특별한 날"이라고 축하하고 법석 떠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거니와(나 뿐 아니라 지인들까지도), 일종의 자기 비하 의식까지 합쳐지고, 게다가 태어난 날을 축하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거북하여 생일이란 것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꾸 생일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도 영 찝찝했었고.

- 그렇기에 작년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생일임을 감추고 싶어서 "7월 25일은 내 생일이 아니야," 라고 홍보하고 다니는 웃기지도 않는 촌극을 벌인 일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얼굴 벌개질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굳이 억지로 챙기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냥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기로 한 셈이다. 어찌 되었든 꽤나 많은 지인들 덕분에 이번 생일은 정말 소소하게 잘 보낸 것 같다. 생각보다 축하도 많이 받았고, 재밌게 놀기도 했고,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정말 반가운 전화도 오고. 역시 생일은 사람들과 '같이' 보내는게 더 좋은 듯 하다. 생일 축하 해준 여러분들, 고마워요.

-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 하계 학술특강에서 민승기 씨의 "지젝: 헤겔과 라캉 '사이'"라는 강연을 어제 처음 갔었다. 첫 번째 날은 가지 못하고 두 번째 날부터 간 셈인데, 처음 강연을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강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게다가 헤겔이 흥미롭군, 이라고 생각한 것도 거의 처음이었다!). 교재 복사비 5,000원을 내고 3~4시간의 재미있는 강연을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분명 흔치 않을 것이다. 정말 민승기씨는 말 그대로 진행도 "유려"했으며, 노련함을 풍겼고, 적절한 유머 센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타고난 강의 능력 뿐 아니라 강의 준비에 들였을 많은 시간과 노고까지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 방학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내 주변에 있는 누구나 다 '불안'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길..

- 난 논쟁(특히 언쟁)이 몹시 피곤하다. "모든 주장은 찌르고 움직여야 한다"는 서동진씨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그것은 매우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너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나의 말을 조심스레 건네고, 동시에 서로의 표정과 행동을 주의 깊게 읽고, 그것이면 일단은 족하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에 대한 생각을 숙고하여, 서로를 '향해'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나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그 정도는 실천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논쟁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 다시 말해 나는 천상 말을 많이 해야하는 분위기를 꺼리는 것이다. 내겐 어떤 사람과의 친밀함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대화 중에 침묵의 시간이 있을 때 상대방이 얼마나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본다. 그 사람이 많이 불편함을 느끼면, 나도 그 사람이 불편해진다. 나는 침묵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많이 할 때는, 대체로 불안할 때이거나 상황이 불쾌할 때이다. 물론 많이 불쾌하면 아예 입을 다물고 상대와의 마음 속의 커넥션을 끊어 버리기도 하지만...

- 물론 나는 대화 치료(talking cure)를 믿고 그것을 실천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것 보다도 (매우 어색하지만 굳이 말을 만들자면) 존재 치료(being cure)를 더 믿는 편이다. 일단 존재 치료가 반드시 전제된 뒤에야 대화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거칠게 예를 들자면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가 승인된 사람과의 1분 간의 접촉이(대화를 하든 그렇지 않든), 별로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100분 간의 이야기보다 훨씬 치료의 효능이 좋다는 것이다. 나는 언어를 별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나의 사자성어 심리테스트 두 번째 결과는 "이심전심"이었다. 이건 너무 부끄러워서 여지껏 말하고 다니지 않았으니, 일종의 고백인 셈이다. 이제는 별로 부끄럽지 않다.

- 나도 수다쟁이는 '남성'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상대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대체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떠들어 댄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자기 자신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타자를 직접적으로 동원한 자기 겉 치레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수다>는 대체로 '여성'의 것으로 간주되며, 소위 '일상적'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대화의 소재), 그리고 몇 시간씩 앉아 떠드는 것(대화의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의하는 수다는 "상대방의 인정과 공감 유무와는 상관없이 (서로가) 자기 이야기만 내내 떠드는 것"이다. 그것은 대화의 행위자, 소재, 방법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내게 있어 수다는 대체로 관계 무능력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언하건대 나는 내가 아는 '여성'들의 대화에서 '수다'의 징후를 발견한 적이 거의 없다.

- 덧붙이자면 나는 정희진씨의 이 말이 90%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안 때리고 바람만 안 피워도 '좋은 남자'가 된다", 는... 물론 이 말은 너네 못난 남자들 각성해서 더 '좋은 남자'가 되어 더 잘 먹고 잘 살아라! 라는 따위의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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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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