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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대한 환상

일기 2009/05/25 23:27

내가 '당비를 안내는 당원(당원이 아니란 얘기다)'인 한 당게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말이 좋아 논쟁이지 제 손에서 주물주물한 똥을 이리 저리 던지는 꼴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내가 당원이 아닌 입장에서 이런 말들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화가 몹시 나므로 글이라도 써야지 싶다.


전 노무현 대통령을 무작정 미화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금은 때가 때니 만큼 최소한 죽은 이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하는 상황이므로 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말들을 쉽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전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절에 있었던 수없이 많은 일들을 상기시키면서 그를 애도하는 자들에게 똥물을 끼얹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자는 건지?

전 노무현 대통령이야 말로 시카고 發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 도입의 첨병이었으며, '제국주의적' 이라크 파병의 주역이었고, 수없이 많은 노동탄압의 기수였으며, 대표적으로 '대추리'에 가해진 국가 폭력의 최종 심급이라도 된다는건지? 아니,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 물론 이런 저런 조건들, 이런 저런 사건들이 전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절에 도입되었고 또 일어났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전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직격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건지? 그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아도 될만한 이유가 되는건지?

분석적이고 '혁명가적 풍모를 지닌' 어휘를 평소에 즐겨 쓰는 이들이 어찌나 이렇게 권력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도 역시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 위치한 인물이라는 점을. 한국이 어디 왕정국가라도 되는가(심지어 가장 폭력적인 왕들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니, 뭐 신정국가라도 되는건가? 그는 독재자도, 홀로 선 주체도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 포진한 수없이 많은 이들과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에서 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임기 내내 조중동과 한나라당과 싸워야 했으며 심지어는 중간에 어이없게 탄핵까지 당해야 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그의 계급 정치의 한계 내에서) '부르주아' 정치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었다. 그의 권위는 쉴 새 없이 공격받았고 뭉개졌다. 게다가 어디 신자유주의 논리가 5년 임기에 불과한 한 국가의 원수가 혁명 일으킨다 해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런 것인가?

그렇다고 그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쨌든 많은 기대를 받았고 또 그 기대를 저버렸다. 수없이 많은 인명을 희생한 시대에 '노무현 정권'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던 중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다. 왜 그를 이제와 실패한 신으로, 따라서 마땅히 추방되어야 하고 죽어 마땅한 신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민주주의와 경제평등을 외쳐야 하는 사람들이 왜 이제와 신을 소환하는건지? 그는 모두가 환멸하고 진흙탕이라 생각하는(그래서 모두가 꺼리는데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오염된 인간 취급하는) 판에 발을 깊숙히 담그고야 말았던 정치 주체이자 '실정법'이 부여한 이름인 바 대통령이지, 신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 엉망이라고 해서, 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분노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권력에 대한 환상은 걷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씩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진부한 권력 이론을 갖다 들먹이지 않더라도, 권력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언어와 분석이 끊임없이 향해야 하는 지점이다. 2mb 2년차 시점에 지금 대통령은 어렵고 말도 안 통하니 접어두고, 그래도 듣는 귀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노무현과 아이들'에서 노무현만 보지말고, '아이들'에 하나하나 구별하고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미리 했었어야 한다. 그러나 놀랍지 않게도 '아이들'은 아예 생략되어 버리거나, 그냥 '386 민주화 운동 세대'라는 이름 정도로만 불리고 땡!이다. 이런 분석 과정 없이는 분풀이용 희생양만 계속 만들어낼 뿐이다. 정치에 '절대권력'이라는 신을 소환하려드는 말 많은 사제들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2mb 대통령 한 명 희화화하고 놀리는 건 지긋지긋하다. 어떤 에세이스트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가 2mb"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 물론 정작 그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낯짝도 몰수 했으니 대통령직 그만두고도 천수의 곱절을 누리며 살겠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의 사진 앞에서 흐느끼는 모든 이들의 눈물에, 부질없이 한 방울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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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