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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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8 스펙터클과 동물원 (3)
독서노트 / 2007/12/08 22:40
얼마 전 구입한 책중에 흥미로운 책이 있어서 재밌게 보고 있다. +_+ 시험 기간이라 아직 본격적으로 읽고 있지는 못하지만 (딱 1장-약 100쪽만 읽었다) 몇 가지 흥미로운 구절들만 좀 옮겨둔다.

올리비에 라작, 백선희 역, <텔레비전과 동물원>, 마음산책, 2007

바로 요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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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식민지 배우들에게 친절한 관람객도 있었다. 그런 관람객은 우선 자신이 원주민을 존중한다는 걸 잘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예의바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정한 몸짓을 보이며 천천히 다가갔다. 노인이나 환자에게나 보일 법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원주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자신의 언어적 우월성을 드러내 보이지 않기 위해 "엉터리 흑인 불어"로 말했다. [...] '엉터리 흑인 불어'로 말한다는 건 바로 '넌, 네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라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65)

"이런 가짜 존중은 사실상 가장 일관된 멸시나 가장 공들여 고안된 사디즘과 동일하다. [...] 이런 방식에서 우리는 객관화하고, 캡슐에 집어너고, 가두고, 낭종으로 감싸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난 저들을 알아', '저들은 저래'와 같은 문장은 그 객관화가 최대치로 성공했음을 말해준다." (66)

동물원에서 행사되는 권력은 생리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등 모든 차원에서 생명에 미치는 권력이다. 그것은 경제학적, 학문적, 흥행적 가치를 지닌 표본들의 건강 유지를 꾀하는 생명권력이다. [...] 울타리는 모든 걸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면서 가둘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울타리는 모든 걸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면서 가둘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울타리는 미학적 장점을 갖고 있으며, 대개 울타리 속 표본은 우리 속 표본보다 적응력이 월등하다. [...] 자유로운 자연적 조건에 가까운 감금 상태의 생물학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항구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68)

동물원의 두번째 기능은 그것이 가두고 전시하는 개체와 인간들에 대한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 규율과 관련된 이 지식의 목표는 모든 상황에서 표본이 보일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따라서 위험하거나 거북스런 행동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각 표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다. [...] 한 개인이나 집단의 생리학과 심리학을 안다면 해로운 행동들을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73)

(스펙터클은 파놉티콘 감시와는 다르다는 얘길 하면서) 동물원에는 보이지 않는 감시인도 배우도 어두운 객석도 없다. 모두가 환하게 조명을 받고 사방에서 시선들이 마주친다. 관람객은 그를 바라보는 표본을 관찰하며, 그와 동시에 다른 관중이 그를 엿볼 수도 있다. 둘은 같은 불빛 아래 놓여있으며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고 동일한 현실 선상에 놓여있다. [...] 관객은 상상 속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일상을 벗어나 허구의 꿈속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국적 꿈이 주말의 가족 나들이라는 일상성 속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거리나 숲이 아니라 분명 스펙터클이요, 미학적 즐거움을 목적으로 작업된 현실인 것이다. (90)

동물원은 리얼리티 스펙터클의 가능한 모델로서 예속된 몸과 정체성과 인격을 통제하고 생산하고 전파하는 장치다. 그것은 감옥과 연구소와 극장을 섞어 놓은 복합장치요, 다중기구다. (94)


인용 못한 부분들도 많으나, 인용한 부분만 봐도 상당히 올리비에 라작(저자)이 많은 지점들을 짚고 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원'이라는 (거대한 학적 개념들에 비하면) 사소해 보이고 일상적인 공간의 메커니즘을 분석해서, 타자성과 타자를 대하는 태도, 배려와 공감의 문제, 일상적 의례와 권력, 규율 권력, 시각 권력, 시각과 가시성을 둘러싼 복잡한 담론들, 신체 정치학, 의료 권력, 과학 권력,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성' 등등등의 복잡한 문제를 한편으로 쉽고 명쾌하게 사유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브라보~!

요즘 관심의 레이더가 푸코 쪽에 아무래도 치우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 푸코적인 연구들이 꽤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 듯 하다... 는건 좀 오버고^^; 어쨌든 과거의 '성 정치'적 맥락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운 것. 오늘 구입한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도 그렇고.. 이 책이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높다는 건(무려 5000포인트에 육박! =_=! 왠만한 인문학 서적들에 비하면 굉장한 수치) 그만큼 현대 한국에서 푸코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건 아닐까? 10여 년 전에 푸코가 '유행'했던 걸로 아는데, 그때의 '푸코'랑 지금의 '푸코'는 얼마나 다르게 소비될른지, 고게 참 흥미롭다.

우리는 동물원에 살고 있어염. 어서 할일들 대충 해놓고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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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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