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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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16 4월 15일 (2)
  2. 2008/05/01 (다문화주의/사회에서) 전도되는 모더니즘 (6)
일기 / 2010/04/16 00:18
1.

"다문화주의"라고 하면 늘 답답함을 느끼던 중에, 드디어 반색할만한 연구 성과가 나온 것 같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258 그래도 이제 겨우 시작이란 느낌이다. 역시 모든 건 현장에 가봐야 아는 거다. 보수적인 자유주의 냄새를 풍기는 다문화주의로는 언제나 부족하거나, 심지어 나쁘기까지 하다.

2.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자가 쓴 최근에 출간된 어떤 책의 성공과, 오늘 온 책이 일으켰던 예전의 반향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잘 팔리는 책, 아니면 적어도 영향력 있는 책을 내려면, 지나치게 영민한 내용을 담거나 잘난체 해서는 안된다. 남들이 다 알만한 것, 혹은 남들이 이미 심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는 것을 잘 잡아내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그 부분을 살살 긁어주면서, 마치 그것이 저자 고유의 생각인 것인양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해결 불가능한 논쟁이 오래 축적된 주제라면, 그 논쟁을 절대 길게 언급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자기가 마치 최초의 첫번째인양 기술해야만 한다. 논쟁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씹어 삼키기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독자들에게 생각의 기준점을 비교적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다. 그 기준점이 사실상 얼마나 훌륭한 것이냐 하는 점은, 아쉽게도 책의 인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 물론 여기에 출판사나 서점의 marketing scheme까지 곁들여야겠지만. 이건 절대 질투나서 이러는 건 아니다. 윽. ㅠ

3.

전주 영화제 예매가 모두 성공! 10시 50분부터 접속 시도를 했는데, 11시 30분 넘어서야 겨우 예매를 끝냈다. 이틀에 걸쳐 4편을 예약했다. 5월 3일이랑, 5월 5일. 이거 이틀 다 가야할까? 예매한 4편 중에 3편이 매진이라 왠지 꼭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흑. 여기서 전주 가는 차량은 하루에 2대 밖에 없는데. 그것도 시외버스 환승해서 가는 수밖에 없는데. 흑.

4.

모든 게 자조(self-help)와 자기책무성으로 설명되는 시대, 안 바쁜게 죄처럼 느껴지는 세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쁘지 않다는 건 마치 자기를 방기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자기계발의 시대에 자기 방기는 그야말로 죄악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쓸모 없는 인간이다. 에릭슨의 고전적인 사회심리학 발달이론을 보면 4세부터 5세 사이는 주도성 대 죄책감이 발달하는 시기다. 부모가 아이가 발달시키는 주도성을 억압하거나 책망하는 등 이를 박탈하면, 아이는 역으로 죄책감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게 꼭 지금 사람들 모습 같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몰라도, 아등바등하면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것 같아서. 안타깝긴한데, 이런 장면이 무척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이렇게 다같이 네다섯살 난 아이로 퇴행해버리는 걸까?

시간은 언제나 만들기 나름이다. "바쁘다"는 얘기는 정말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것을 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자기의 삶 그 자체, 혹은 자기가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을 대하는, 특정한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다. 바쁘다는 건, 이를테면 언제나 무엇인가 쫓기듯, 높은 장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보려 애쓰는 삶을 표현하는 말이다.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엇인가 벅찬 것을 대해야만 하는 삶을 표현하는 말이다.

나는ㅡ사실 어느 정도 불안하긴 하지만ㅡ언제나 시간이 많다. 헤헤. 놀 시간은 언제나 많다고. 사실은, 그러니까 숨거나 바쁘다고 하지 말고 놀아달라는 얘기 ㅎㅎ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어느 정도까지만이라도 등록을 포기하면 된다(다 포기하는 건 물론 아니다). 포기는 소유의 한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로지 포기함으로써만, 물러섬으로써만 소유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니, 소유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포기는 소유이자 연결의 한 형식이다. 포기함으로써 소유하게 되는 것들이 있고, 연결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5.

봄이 너무 더딘 것 같다. 이러다가 진짜 봄이 훅 가버리면 어떡하지? 아직 난 제대로 봄맞이도 안했는데. 이 달콤쌉싸름한 느낌은 오로지 봄에만 느낄 수 있는데. 요즘 허파에 바람은 잔뜩 들어갔는데 내쉴만한 곳이 없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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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독서노트 / 2008/05/01 15:29

Slavoj Žižek, "Multiculturalism, or, the Cultural Logic of Multinational Capitalism", New Left Review(225: 1998), p. 42에서 일부를 대강 번역. 좀 어색한 번역이지만 ^^;

‘어메리칸 드림’의 점진적인 붕괴ㅡ아니 오히려 그 실체의 상실은ㅡ헤겔이 기술한 바 일차적인 정체성(primary identity)으로부터 이차적인 정체성(secondary identity)으로의 이행이, [오늘날]예기치 않게 전도(reverse)된다는 사실의 목격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들의 ‘포스트 모던’한 사회에서, 이차적 정체성이라는 ‘추상적’인 설정은 점차 사람들을 진정으로 묶어 주지 못하는, 현상적이자 순전히 형식적인 틀로 경험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점차 더 작은 정체성ㅡ종족적이고 종교적인ㅡ의 형식인 ‘근본적인premornial’것에서 지원받기를 원한다. 그러한 정체성의 형식이 심지어 민족 정체성보다 더 ‘인위적’일 때라도ㅡ게이 커뮤니티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ㅡ그러한 정체성들은 특정한 ‘삶의 방식way of life’ 안에서 개인들을 보다 즉각적이고 압도적으로 붙들어 맨다는 점에서 더 ‘직접적immediate’이다. 이는 민족-국가Nation-State의 시민이라는 자격 속에서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추상적’인 자유를 제한한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날 다루고 있는 것은 근대 초기의 민족/국가Nation 구성의 전도된 과정이다. 즉 ‘종족성의 민족화’ㅡ탈종족화de-ethnicization, 종족성의 민족성으로의 ‘지양(Aufhebung)’ㅡ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지금 ‘종족의 뿌리’에 대한 재탐구(혹은 재구성)와 함께 ‘민족성의 종족화’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차적인 정체성의 형식으로부터 ‘유기적인’ 커뮤니티를 가진 ‘근본적인(원시적인)’ 정체성으로의 ‘퇴행’은, 이미 [세계시장자본주의에 의해] ‘매개되어mediated’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그 배경background에 저항하면서도[* 자본주의의 출발 배경은 민족국가Nation-State] 그 지형terrain에서 발생하는 세계 시장의 보편적인 차원에 대한 반응(reaction)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이러한 현상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퇴행’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과 정확히 정반대되는 것의 출현 형태이다. 즉, [헤겔이 말한] ‘부정의 부정negation of negation’의 한 종류로서, 이러한 ‘근본적인’ 정체성이 오늘날 거듭 언명된다는 점은, 유기적-실체적인 조화unity의 상실이 이제 완전히 완성되었다는 것을 지시한다. [강조는 필자에 의한 것]



지젝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부정의 부정", 알듯 하면서도 알듯 말듯 =_= 역시 철학 공부를 시작하려면 딴 경로를 들르기 보다는 직접 칸트와 헤겔로 가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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