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주의"라고 하면 늘 답답함을 느끼던 중에, 드디어 반색할만한 연구 성과가 나온 것 같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258 그래도 이제 겨우 시작이란 느낌이다. 역시 모든 건 현장에 가봐야 아는 거다. 보수적인 자유주의 냄새를 풍기는 다문화주의로는 언제나 부족하거나, 심지어 나쁘기까지 하다.
2.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자가 쓴 최근에 출간된 어떤 책의 성공과, 오늘 온 책이 일으켰던 예전의 반향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잘 팔리는 책, 아니면 적어도 영향력 있는 책을 내려면, 지나치게 영민한 내용을 담거나 잘난체 해서는 안된다. 남들이 다 알만한 것, 혹은 남들이 이미 심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는 것을 잘 잡아내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그 부분을 살살 긁어주면서, 마치 그것이 저자 고유의 생각인 것인양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해결 불가능한 논쟁이 오래 축적된 주제라면, 그 논쟁을 절대 길게 언급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자기가 마치 최초의 첫번째인양 기술해야만 한다. 논쟁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씹어 삼키기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독자들에게 생각의 기준점을 비교적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다. 그 기준점이 사실상 얼마나 훌륭한 것이냐 하는 점은, 아쉽게도 책의 인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 물론 여기에 출판사나 서점의 marketing scheme까지 곁들여야겠지만. 이건 절대 질투나서 이러는 건 아니다. 윽. ㅠ
3.
전주 영화제 예매가 모두 성공! 10시 50분부터 접속 시도를 했는데, 11시 30분 넘어서야 겨우 예매를 끝냈다. 이틀에 걸쳐 4편을 예약했다. 5월 3일이랑, 5월 5일. 이거 이틀 다 가야할까? 예매한 4편 중에 3편이 매진이라 왠지 꼭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흑. 여기서 전주 가는 차량은 하루에 2대 밖에 없는데. 그것도 시외버스 환승해서 가는 수밖에 없는데. 흑.
4.
모든 게 자조(self-help)와 자기책무성으로 설명되는 시대, 안 바쁜게 죄처럼 느껴지는 세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쁘지 않다는 건 마치 자기를 방기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자기계발의 시대에 자기 방기는 그야말로 죄악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쓸모 없는 인간이다. 에릭슨의 고전적인 사회심리학 발달이론을 보면 4세부터 5세 사이는 주도성 대 죄책감이 발달하는 시기다. 부모가 아이가 발달시키는 주도성을 억압하거나 책망하는 등 이를 박탈하면, 아이는 역으로 죄책감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게 꼭 지금 사람들 모습 같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몰라도, 아등바등하면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것 같아서. 안타깝긴한데, 이런 장면이 무척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이렇게 다같이 네다섯살 난 아이로 퇴행해버리는 걸까?
시간은 언제나 만들기 나름이다. "바쁘다"는 얘기는 정말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것을 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자기의 삶 그 자체, 혹은 자기가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을 대하는, 특정한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다. 바쁘다는 건, 이를테면 언제나 무엇인가 쫓기듯, 높은 장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보려 애쓰는 삶을 표현하는 말이다.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엇인가 벅찬 것을 대해야만 하는 삶을 표현하는 말이다.
나는ㅡ사실 어느 정도 불안하긴 하지만ㅡ언제나 시간이 많다. 헤헤. 놀 시간은 언제나 많다고. 사실은, 그러니까 숨거나 바쁘다고 하지 말고 놀아달라는 얘기 ㅎㅎ 그러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어느 정도까지만이라도 등록을 포기하면 된다(다 포기하는 건 물론 아니다). 포기는 소유의 한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로지 포기함으로써만, 물러섬으로써만 소유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니, 소유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포기는 소유이자 연결의 한 형식이다. 포기함으로써 소유하게 되는 것들이 있고, 연결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5.
봄이 너무 더딘 것 같다. 이러다가 진짜 봄이 훅 가버리면 어떡하지? 아직 난 제대로 봄맞이도 안했는데. 이 달콤쌉싸름한 느낌은 오로지 봄에만 느낄 수 있는데. 요즘 허파에 바람은 잔뜩 들어갔는데 내쉴만한 곳이 없다.. 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