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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5 권력에 대한 환상
  2. 2007/12/08 스펙터클과 동물원 (3)

권력에 대한 환상

일기 2009/05/25 23:27

내가 '당비를 안내는 당원(당원이 아니란 얘기다)'인 한 당게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말이 좋아 논쟁이지 제 손에서 주물주물한 똥을 이리 저리 던지는 꼴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내가 당원이 아닌 입장에서 이런 말들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화가 몹시 나므로 글이라도 써야지 싶다.


전 노무현 대통령을 무작정 미화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금은 때가 때니 만큼 최소한 죽은 이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하는 상황이므로 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말들을 쉽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전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절에 있었던 수없이 많은 일들을 상기시키면서 그를 애도하는 자들에게 똥물을 끼얹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자는 건지?

전 노무현 대통령이야 말로 시카고 發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 도입의 첨병이었으며, '제국주의적' 이라크 파병의 주역이었고, 수없이 많은 노동탄압의 기수였으며, 대표적으로 '대추리'에 가해진 국가 폭력의 최종 심급이라도 된다는건지? 아니,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 물론 이런 저런 조건들, 이런 저런 사건들이 전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절에 도입되었고 또 일어났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전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직격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건지? 그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아도 될만한 이유가 되는건지?

분석적이고 '혁명가적 풍모를 지닌' 어휘를 평소에 즐겨 쓰는 이들이 어찌나 이렇게 권력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도 역시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 위치한 인물이라는 점을. 한국이 어디 왕정국가라도 되는가(심지어 가장 폭력적인 왕들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니, 뭐 신정국가라도 되는건가? 그는 독재자도, 홀로 선 주체도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 포진한 수없이 많은 이들과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에서 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임기 내내 조중동과 한나라당과 싸워야 했으며 심지어는 중간에 어이없게 탄핵까지 당해야 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그의 계급 정치의 한계 내에서) '부르주아' 정치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었다. 그의 권위는 쉴 새 없이 공격받았고 뭉개졌다. 게다가 어디 신자유주의 논리가 5년 임기에 불과한 한 국가의 원수가 혁명 일으킨다 해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런 것인가?

그렇다고 그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쨌든 많은 기대를 받았고 또 그 기대를 저버렸다. 수없이 많은 인명을 희생한 시대에 '노무현 정권'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던 중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다. 왜 그를 이제와 실패한 신으로, 따라서 마땅히 추방되어야 하고 죽어 마땅한 신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민주주의와 경제평등을 외쳐야 하는 사람들이 왜 이제와 신을 소환하는건지? 그는 모두가 환멸하고 진흙탕이라 생각하는(그래서 모두가 꺼리는데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오염된 인간 취급하는) 판에 발을 깊숙히 담그고야 말았던 정치 주체이자 '실정법'이 부여한 이름인 바 대통령이지, 신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 엉망이라고 해서, 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분노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권력에 대한 환상은 걷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씩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진부한 권력 이론을 갖다 들먹이지 않더라도, 권력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언어와 분석이 끊임없이 향해야 하는 지점이다. 2mb 2년차 시점에 지금 대통령은 어렵고 말도 안 통하니 접어두고, 그래도 듣는 귀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노무현과 아이들'에서 노무현만 보지말고, '아이들'에 하나하나 구별하고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미리 했었어야 한다. 그러나 놀랍지 않게도 '아이들'은 아예 생략되어 버리거나, 그냥 '386 민주화 운동 세대'라는 이름 정도로만 불리고 땡!이다. 이런 분석 과정 없이는 분풀이용 희생양만 계속 만들어낼 뿐이다. 정치에 '절대권력'이라는 신을 소환하려드는 말 많은 사제들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2mb 대통령 한 명 희화화하고 놀리는 건 지긋지긋하다. 어떤 에세이스트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가 2mb"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 물론 정작 그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낯짝도 몰수 했으니 대통령직 그만두고도 천수의 곱절을 누리며 살겠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의 사진 앞에서 흐느끼는 모든 이들의 눈물에, 부질없이 한 방울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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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앙
얼마 전 구입한 책중에 흥미로운 책이 있어서 재밌게 보고 있다. +_+ 시험 기간이라 아직 본격적으로 읽고 있지는 못하지만 (딱 1장-약 100쪽만 읽었다) 몇 가지 흥미로운 구절들만 좀 옮겨둔다.

올리비에 라작, 백선희 역, <텔레비전과 동물원>, 마음산책, 2007

바로 요책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식민지 배우들에게 친절한 관람객도 있었다. 그런 관람객은 우선 자신이 원주민을 존중한다는 걸 잘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예의바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정한 몸짓을 보이며 천천히 다가갔다. 노인이나 환자에게나 보일 법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원주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자신의 언어적 우월성을 드러내 보이지 않기 위해 "엉터리 흑인 불어"로 말했다. [...] '엉터리 흑인 불어'로 말한다는 건 바로 '넌, 네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라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65)

"이런 가짜 존중은 사실상 가장 일관된 멸시나 가장 공들여 고안된 사디즘과 동일하다. [...] 이런 방식에서 우리는 객관화하고, 캡슐에 집어너고, 가두고, 낭종으로 감싸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난 저들을 알아', '저들은 저래'와 같은 문장은 그 객관화가 최대치로 성공했음을 말해준다." (66)

동물원에서 행사되는 권력은 생리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등 모든 차원에서 생명에 미치는 권력이다. 그것은 경제학적, 학문적, 흥행적 가치를 지닌 표본들의 건강 유지를 꾀하는 생명권력이다. [...] 울타리는 모든 걸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면서 가둘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울타리는 모든 걸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면서 가둘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울타리는 미학적 장점을 갖고 있으며, 대개 울타리 속 표본은 우리 속 표본보다 적응력이 월등하다. [...] 자유로운 자연적 조건에 가까운 감금 상태의 생물학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항구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68)

동물원의 두번째 기능은 그것이 가두고 전시하는 개체와 인간들에 대한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 규율과 관련된 이 지식의 목표는 모든 상황에서 표본이 보일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따라서 위험하거나 거북스런 행동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각 표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다. [...] 한 개인이나 집단의 생리학과 심리학을 안다면 해로운 행동들을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73)

(스펙터클은 파놉티콘 감시와는 다르다는 얘길 하면서) 동물원에는 보이지 않는 감시인도 배우도 어두운 객석도 없다. 모두가 환하게 조명을 받고 사방에서 시선들이 마주친다. 관람객은 그를 바라보는 표본을 관찰하며, 그와 동시에 다른 관중이 그를 엿볼 수도 있다. 둘은 같은 불빛 아래 놓여있으며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고 동일한 현실 선상에 놓여있다. [...] 관객은 상상 속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일상을 벗어나 허구의 꿈속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국적 꿈이 주말의 가족 나들이라는 일상성 속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거리나 숲이 아니라 분명 스펙터클이요, 미학적 즐거움을 목적으로 작업된 현실인 것이다. (90)

동물원은 리얼리티 스펙터클의 가능한 모델로서 예속된 몸과 정체성과 인격을 통제하고 생산하고 전파하는 장치다. 그것은 감옥과 연구소와 극장을 섞어 놓은 복합장치요, 다중기구다. (94)


인용 못한 부분들도 많으나, 인용한 부분만 봐도 상당히 올리비에 라작(저자)이 많은 지점들을 짚고 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원'이라는 (거대한 학적 개념들에 비하면) 사소해 보이고 일상적인 공간의 메커니즘을 분석해서, 타자성과 타자를 대하는 태도, 배려와 공감의 문제, 일상적 의례와 권력, 규율 권력, 시각 권력, 시각과 가시성을 둘러싼 복잡한 담론들, 신체 정치학, 의료 권력, 과학 권력,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성' 등등등의 복잡한 문제를 한편으로 쉽고 명쾌하게 사유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브라보~!

요즘 관심의 레이더가 푸코 쪽에 아무래도 치우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 푸코적인 연구들이 꽤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 듯 하다... 는건 좀 오버고^^; 어쨌든 과거의 '성 정치'적 맥락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운 것. 오늘 구입한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도 그렇고.. 이 책이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높다는 건(무려 5000포인트에 육박! =_=! 왠만한 인문학 서적들에 비하면 굉장한 수치) 그만큼 현대 한국에서 푸코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건 아닐까? 10여 년 전에 푸코가 '유행'했던 걸로 아는데, 그때의 '푸코'랑 지금의 '푸코'는 얼마나 다르게 소비될른지, 고게 참 흥미롭다.

우리는 동물원에 살고 있어염. 어서 할일들 대충 해놓고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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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