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카테고리

전체보기 (484)
일기 (198)
조각들 (74)
독서노트 (79)
스크랩 (57)
영화 (44)
음악 (0)
문학 (17)
번역 (14)
(0)
기타 (1)
미공개 (0)

'교생'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5/27 아 어지러워
  2. 2008/05/17 5월 16일
  3. 2008/05/08 5월 8일 (2)
일기 / 2008/05/27 21:11

교ㅅ 덕분에 모든 생활'깜'이 사라진 지금, 대체 어떻게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온통 끔찍하고 무서운 소식들만 들려오고... 뉴스를 보면서 매일 같이 울고 있다. 이럴 때 사실 최선의 방법은 거리에 직접 나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기존의 '좌파'들이나 '운동권'들이 '멍 때리고' 있는 동안 많은 일들이 생생하게 벌어지고 있다. 나는 나에게 역겨움까지 주었던 '평화'로웠던 촛불 집회가 드디어 집회 본연의 '정치적'인 제스쳐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 최근 3~4일 간의 거리 집회는 기존의 '좌파 담론', '운동권 담론', '진보 담론' 등이 포괄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것' 본연의 출현인 것 같다(제발 이를 '가투'라 명명하지 말아요). 윤도현의 <애국가>나 <필승 코리아> 말고 '차라리' <80년대 노래>를(요즘엔 대중가요 개사한 노래들도 많이 부른다던데), "잡혀가는 건 무서워요!" 말고 "폭력 경찰 물러가라!"구호를, "대통령 아저씨 제발 우리 말을 들어주세요!" 말고 "정권타도" 내지는 "우리에게 민주주의!"구호를. 그리고, "ㅊㅇ대로!" 아 가슴 떨려. 짧은 기간에 이러한 변화들이 급속도로 다가왔다. 정말, 어디 이래도 2MB가 이기는지 두고볼 일이다. 빌어먹을.

이제는 나도 거리에 나가야지. (그렇지만, 사실 혼자 나가는 건 싫어요. 누구 없나요?) 행동할 때는 행동해야 한다. 쓸데 없는 자기 변명과 위안 따위 하지 않기. 대개 '냉소주의'는 기본적으로 자기 위안과 자기 연민에서 오므로... 언제나 냉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건 냉소주의 쓰레기지.

그래도 일단은, 3일만 꾹 참고, 교ㅅ실습을 일단 잘 끝내야지...!  -_ㅡ;


덧) 아침마다 나는 청계천 쪽과 종로를 지나서 출근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그런데도 거리는 놀라우리만치 깨끗하고 아무런 흔적이 없다. 이쯤되면 무엇이 진정한 현실인지 헷갈려진다. 분명 지난 저녁 때는 거리 집회의 들끓어 오르는 격렬함들이 있었을텐데도, 막상 버스 안에 앉아 있다보면 그 격렬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차창 너머로는 도시 한복판 새벽녘의 청량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멀쩡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이고... 대체 무슨 일이 있기는 했던 걸까. 이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너무 무서워지고, 또 슬퍼진다. 그 어떤 움직임들이건 언제고 이렇게 깨끗히 쓸려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서... 사라져 가는 현재, vanishing present. 공부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윤리란, 이렇게 사라져 가는 현재의 역사를 위한 작업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 일테다.

덧2) 총학게시판에 들어가보니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를 한다고 한다. <총투표>의 목적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 요구 및 장관고시 철회요구, 이를 위한 서울대 총학생회의 광범위한 활동 인준에 대한 찬반의결"이라 한다. 적어도 동영상과 사진등으로 거리의 모습들을 보면, 이거보다 훨씬 더 나아가 있는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마이 갓  (0) 2008/06/02
이틀 째  (2) 2008/06/02
아 어지러워  (0) 2008/05/27
학교 제도와 젠더/섹슈얼리티  (3) 2008/05/26
지난 밤 동안의 사진 몇 개  (0) 2008/05/25
Posted by 소이연
일기 / 2008/05/17 00:40

- 교생 8일 차.. 벌써 20일 중에 8일이나 지나가버린 셈이다. 정말 시간이 정신 없이 빨리 간다. 한편으로 정신 없이 바쁘고 항상 혼이 나가 있는 상태이면서도...! 맨날 뭐 빠뜨리고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하고 있다;

- 오늘까지 총 수업을 4번 했다. 이 중학교에서는 소위 '수준 별' 학습을, Spring부터 Winter까지 4개의 반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 중 3학년 Winter를 들어가야 한다. (1학년도 담당은 하고 있지만, 그건 다음 주의 이야기이므로...) 즉, 공교육 학교의 일렬로 줄 세우기식 내신 평가 기준에 의거해 '하위' 25%로 '분류'된 아이들이 있는 반이다. Winter 한 반에는 ABC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3~4씩은 있고, 그 중에는 럭비부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호의가 낮은 아이들이다. 영어를 아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내가 영어 교생 선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에 대한 호의를 한 단계 낮춰 잡을 아이들인셈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 Winter 반에도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이 참 많다. 이 중학교는 정말 교사들에게는 '천국'이다. 기본적으로 교실에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동의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설령 자기가 그 수업을 싫어하고 그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수업 시간에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듣는 것이 기본 전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든 쉬는 시간에든 자는 아이들이 없다는 게 정말 인상적...

- 나는 3학년 Winter반 첫 수업에 들어가서 36명의 아이들을 교단에서 바라보았을 때, 아이들의 눈동자를 기억한다. 그 눈빛들은 나에게 깊이 삽화되었고, 나는 정말이지 그 장면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수업에 집중하는 초롱초롱한 눈동자 뿐이었다면 차라리 기분만 많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눈빛들은 그런 거랑은 좀 달랐다. 분명 나의 목소리와 화면에 집중을 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멍한 표정들. 그러면서도 어설픈 나의 말들을 믿어주고, 한 번 이해해 보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한 번 참여해 보겠다고, 자기들의 대답이 틀리건 맞았건 계속 수업에 참여하려고 하는 아이들. 바로 전 시간에 했던 단어들과 구문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에도, 기억이 날듯 말듯하다는 눈빛으로 잔뜩 얼굴을 찌뿌리면서 떠올리려 노력하는 아이들. 그러니까 한편으로 사실은 내가 주절주절 말하던 모든 것들이 그 아이들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도대체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자 나에게 온갖 신경을 세우고 집중하는 아이들의 눈빛.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 나의 메세지들.

- 나는 그런 눈빛이 왠지 슬펐다. 첫 수업을 하고나서는 매일매일 밤마다 울고 있다. 그냥 왠지 어딘가 미안해지고 나 스스로도 답답해져서 그랬다. 이 아이들은 이 학교의 평가 기준에 따르면, 최고점수가 47점인 아이들이다. 담당 선생님에게 듣고 놀랬다. 왜 항상 이 아이들에게 남는 건 최고 점수 47인지 모르겠다. 이 아이들도 이 클래스에선 언제나 100점인 최고의 학생들인데. 물론 아이들에게 다른 시험에서는 100점을 맞아라, 고 말하는게 아니다. 다만 이게 아이들의 성취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사실이 증오스러워서 그렇다. 이 아이들을 왜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과 대체 왜 비교하는걸까. 대체 왜. 학교에 교사의 입장으로 와서 봐도 수준별 학습은 기만이다. 고등학교 때 느꼈던 것처럼. 솔직히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 너무나 힘들다. 나는 빌어먹을 '교육과정'에 따라 진도를 빼야만 하고, 이 교육과정은 이 아이들과 전혀 맞지 않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과정인거야.... 빌어먹을....

- 분명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래서 내가 약간의 설명을 했을 때 아이들이 이해했다는 제스쳐를 취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경험이 이상하리만치 슬프다. 그것이 결국 '평가', 즉 시험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는 진도를 빼야하고, 그 진도는 당연히 평가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나와 함께한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결국 나와 아이들 사이의 소통과 교감이라기 보다는 결국 점수가 되기 쉽다. 그래서 이렇게 점수로 나의 수업이 남을 것이라면, 차라리 아이들이 점수라도 좋게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나의 수업에서 같이 했던 것들이, 시험지를 대할 때 낯이 익게 다가올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때 나와 했던 수업을 떠올려주기만 한다면... 그런데 그런 욕심에 수업을 짜고 진행하다보면 언제나 수업에 무리가 생긴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것들도 교과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정했다는 이유로 설명해야만 한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데.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너무나 우울하다. 차라리 Spring이나 Summer 반을 맡았다면 이런 느낌은 받지 않았을 것 같다...

- 그래서 오늘 교과협의회 때 갑자기 눈물이 나버렸다. 오늘 진행했던 나의 수업을 이야기할 차례였는데, 갑자기 울컥해서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울기보다는 분노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분노를 하면 일단 먼저 울어버린다. 그래서 화를 제대로 낸적이 없다. 나는 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꼬라지가 전부 다 싫었다.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지 싶었다. 나는 Winter반 아이들이 너무 좋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과 나는, 수업 시간에 뭐하고 있었던거야 도대체. 왜 수업 시간에 이상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를 봐야하는거지. 왜 우리는 마더 테레사의 전기를 영어로 읽어야 했던거지? 명사 + -ing를 왜 배워? devote A to B, 뭔가에 헌신하는 건 좋은데 왜 우리는 그 수업에서 이 구문을 외우고 복습하고 있었던거지? 왜 무조건 진도를 쭉쭉 나가야하는거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이라면서. 그 학생들이 아직 이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왜 '진도'를 나가야 하는거냐구. 왜 평가를 하는거냐구. 도대체 왜.

-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그렇게 내가 혐오하고 증오하는 그 평가 체계 속에서 대부분의 경우 승리의 길을 걸어와 이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감정들은 사실상 한 푼 어치도 안되는 연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응, 그럴 수도 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 밤 동안의 사진 몇 개  (0) 2008/05/25
5월 17일  (0) 2008/05/17
5월 16일  (0) 2008/05/17
5월 8일  (2) 2008/05/08
5월 5일  (0) 2008/05/05
Posted by 소이연
TAG 교생, 일기
일기 / 2008/05/08 20:56

교생 3일 차인데, 이상하게 교사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데?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거의 일관되게 가졌던 꿈은, 사실 교사였다. 그래서 대학 지원서를 낼 때도 가군에는 국어교육과를, 나군에는 외국어교육계를 지원했었던 것이고. 그러다가 영어교육과 수업을 좀 들어 보고 나서는(심지어 1학년 전공 탐색 과목인데도) 완전히 그 꿈을 접어 버렸었다. 솔직히 내가 다니는 대학의 사범대는 '사범대'가 아닌 것 같기도 하였고. 이름만 사범대학이지... 뭐 그냥 알아서 잘 커라, 하는 식이었고, 임용고사에 붙으려면 노량진에 가는게 지름길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교생 나가는게 죽을 만큼(까진 아니고;) 싫었었더랬다. 지금도 고작 3일 차인데도 몸이 몹시 피곤하다. 매일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지치고, 이제 학습지도안 작성을 하고 수업 시연을 시작하면 피로감도 몇 배는 급상승할 것이다.

근데 요상하게, 요상시럽게도 교사를 하면 조금은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이러다가 또 진로를 급선회하는건 아닌지 모르겄다 -,ㅡ 킁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17일  (0) 2008/05/17
5월 16일  (0) 2008/05/17
5월 8일  (2) 2008/05/08
5월 5일  (0) 2008/05/05
공상 하나  (2) 2008/04/30
Posted by 소이연
TAG 교생, 일기

글 보관함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 2012.0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