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 2006)
종로 스폰지하우스 | 2007년 8월 24일 16:00 | B-113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적인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역시 미국이란 제국-국가가 '인권' 운운하는 것이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는 반응이 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쿠바에 실존하고 있다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서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는 아직도 500여명의 '포로'들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한다. 장면 하나하나는 모두 분명하게 다가왔다. 몇 가지 장치들은 약간 불편하기도 했으나, 이 영화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심문관'(나는 고문관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들이 이들 '탈레반' 용의자들을 심문(역시 고문)하는 장면은 어디선가 좀 봤던, 정말 '친숙한' 장면들이다. 한국 현대사를 다루는 영화나 소설 등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 아니던가. 꼭 군사 정권 시절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몇몇(인지 아닌지 알 도리 없지만) 후진 경찰 나으리들께서 하는 짓거리랑 아주 꼭 닮았다. 물론 '폭력'의 강도나 수위는 차이가 있지만, 그 방법론이나 생각하는 꼬라지에서는 그닥 차이가 없는, 연속선 상에 있는 온갖 '기술'들이 등장해 나를 괴롭혔다. 그 덕에 보고 나와서는 엄청난 편두통이 시작되었다. 아 지금도 좀.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인권'이나 '시민권' 개념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정말 어떤 의미에서 인권은 아무런 권리도 가지지 않는(가질 수 없는) 자들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 말은 현재의 맥락 속에서는 일정 부분 '진실'을 담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인권'으로 밖에 보호될 수 없는 사람들, 혹은 그것에서 마저도 소외된 사람들 중에는, '인권'이란 허울좋고 아무런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 그런 권리를 자신들에게 부여해주는 대신 오히려 '국가 시민권'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국제 정치에서는 '국가'가 거의 유일한 행위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인권'이 아니라 '국적'에서 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생각보다 쉽게, 더 많이 짓밟힌다.
물론 우리는 '국적' 개념이 얼마나 많은 현실적 모순들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가깝게는 '이주 노동자' 문제는 물론, 멀리는 '정치적 난민', 혹은 '생계형(정치와 분리할 수 없겠지만) 난민' 문제도 물론이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개념인 국경을 가로지르는 '호모 노마드'들의 조건을 가르는 기준도, '국적'이 상당부분 좌우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 중산층 남성들은 자유롭게 '유목'할 수 있지만, 흔히 '제 3세계'라고 낙인 찍힌 국가의 사람들은 그야 말로 '살기 위해서' 열악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속에서도 '유목'한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국적'이 또한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몇 년 간이나 갇혀 있던 우리의 주인공들은 '영국' 국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국적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들은 '아랍계열 인종'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인권'이나 '국적'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갖고 있는 '신체body'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문제들의 판단 기준으로서 통용되는 것은 인권, 국적, 시민권 같은 상징적 기표들이라기 보다는, 그런 기표를 각인하고 있는 '신체'라고 할 수 있다. '기표'의 가치가 중요한 것 만큼이나, '신체'의 가치도 중요하게 작동한다. 그렇기에 '정체성'이 신체에 각인된 가장 대표적인 경우인 '젠더', '인종' 등의 문제가 여전히 중요하고 또 계속 싸워나가야 할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건 정말 책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시간들 되시면 다들 보시길 +_+
종로 스폰지하우스 단관 개봉입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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