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을 섞어 말하건대 어찌 신민아와 공효진, 두 배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아빠 찾아 삼천리'하다가 두 '자매'가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며 울고 불고 싸우다 끝나는 '가족 신파'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조금은 '특별한' 자매가 있고,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의 부재'로 완전히 성장하지는 못한 채 성년기를 맞이하게 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이가 찬 이후에 그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하지만 아버지를 만나건 못 만나건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뭔가를 깨닫게 되고 성장하게 되는, 사실 특별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지루하달 것도 없는 평범한 (하지만 배우들이 매력적인!) 감동 성장 심리 가족 드라마 로드무비겠거니 싶었는데.
사실 가족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이상적인 가족' 보다는 좀 더 현실에 맞는 가족을 다루거나, 나름대로 '대안적인' 가족을 다루거나, 흔들리는 가족 상을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영화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볼 수 있었다.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 <바람난 가족>, 해외작으로 국내 개봉한 작품으로는<미스 리틀 선샤인> 등. 이런 영화들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 다른 점을 일단 하나 들자면, 일단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에 나름대로 구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감독이 제주 출신이라 그런진 몰라도, '제주'와 '서울'이라는, 비교적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장소를 영화의 배경으로 택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직업만 보더라도 광고 회산지 PR회사인지에 다니는 제법 자리를 잡은 회사원인 명은(신민아), 그리고 제주에서 생선을 파는 명주(공효진). 게다가 아무래도 바다('경계')를 건너야만 한다는 설정이 도입될 수밖에 없기에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결말에 명은의 '아빠'에 대한 예상치 못했던 '폭로'가 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그건 '충격'이었다. 물론 그러한 '폭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비교적 평화롭게 끝난다. 하지만 대체 아빠가 어디있는지를 묻는 명은에게 '엄마'는 퉁명스럽게 "죽은 거나 다름 없어." 라고 대꾸하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말이 잘 잊혀지질 않는다. 한국에서는 명은의 '아빠'가 겪은 과정이 일종의 '사회적 죽음'이나 다름 없다는 선언 같이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은의 '아빠'는 실제로 그렇게 살아 왔다. 곁에 있으나 곁에 있지 않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부재했던 삶. 그렇기에 이 영화가 단지 '아빠 찾아 삼천리' 식의 영화로 읽히지는 않는다. '아빠'는 없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 대신 이 영화는 '사회적 죽음'을 거친 존재(혹은 그 상태에 있는 존재), 즉 살아 있으나 살아 있지 못한 존재, 마치 유령과도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 비-존재로서의 존재에 대한, 일종의 <윤리적 탐문>으로도 읽히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다소 묵직한 소재가 단지 자리 깔아주기 위한 것으로 보일 만큼.
물론 영화는 그 탐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쨌든 '아빠 찾아 삼천리'라는 형식을 띠고 있었기에, 그에 걸맞는 결말을 맞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던져지는 문제도 일종의 '가족주의' 안에서의 탐문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명은의 '아빠' 설정이 어떤 일반적인 선입견이나 편견을 답습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쨌든, '해피 엔딩'이었잖아?
조조로 봐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그리 많진 않았다. 대부분 여성 관객들이었는데, 중간에 명은과 명주가 싸우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우는 관객들이 좀 있었다. 자매가 '없는' 나로서도 계속 눈물이 났는데 정말 슬프게 공감하며 우는 분들이 많았던 걸 보니, 이 영화 진짜 훌륭한 영화 임엔 틀림 없다!
덧말) 공효진은 진짜 <미스 홍당무>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명주 식의 캐릭터도 진짜 잘 소화해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좋아ㅎ
덧말2) 아무래도 명주보단 명은에게서 내게도 있는 몇몇 모습들을 발견했던 터라... 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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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10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영화 / 2009/05/10 20:4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