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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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2 간학문성과 인식론
독서노트 / 2007/12/22 00:19

롤랑 바르트, "작품에서 텍스트로"에서.


작품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것들은 이러한 영역들 내부[* 언어학, 인류학, 마르크스주의]의 쇄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어떤 영역에도 속하지 않았던 대상에 대한 각 영역들의 입장이 상호 충돌함으로써 생겨난다. 그것은 실상 오늘날의 연구에서 가장 높은 가치로 부각되고 있는 '간학문성(interdisciplinarity)'이 특정한 지식 분파들의 단순한 충돌만으로는 성취되지 않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간학문성은 손쉬운 안전장치처럼 평온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절실한 소원의 단순한 표출과는 대조적으로) 새로운 대상이나 새로운 언어에 대한 관심의 갑작스런 유행으로 인해서 오랜 규율의 견고함이 격렬하게 해체될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유행이나 새로운 언어는 각기 다른 분야들이 충돌없이 공존하던 기존의 학문 영역에서는 자리를 찾을 수 없으며, 이러한 분류의 모호함이 바로 변성(mutation)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지점이다. 작품의 아이디어가 이러한 변성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성 자체가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이 변성은 단절(compure)이라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인식론의 이동[* 미끄러짐](glissement) 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단절은 흔히 말해지는 것처럼 마르크스주의나 프로이트주의, 구조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19세기에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이 시기 이후에는 어떠한 새로운 단절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일백년 전부터 우리는 반복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허용하는 것은 단지 이동하거나 다양화하거나 초과하거나 거부하는 정도이다.


'통섭'이니 하는 것들도 간학문성의 부각이라는 맥락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최근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간학문성에 대한 체통을 지키기 위해 형식적으로 뭔가 학술행사를 기획하는 꼴들을 본다. 그런데 가보면 사실 각 분과 학문 별 교수들의 집단적 독백을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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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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