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 2007/07/19 22:10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사노동을 분담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어떠한 명시적인 규칙이나 약속 따위를 정하지 않더라도 가사노동을 '자연스럽게' 분담할 수 있을까? 요리 잘하는 사람이 요리하고, 설거지 잘하는 사람이 설거지하고, 청소 잘하는 사람이 청소하면, 그게 '자연스러운' 가사노동의 분담일까? 나는 절대로 '자연스럽게' 가사노동이 분담될 수 있으리라 생각치 않는다. 우리들의 젠더 문법이 갖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자연스럽게'라는 말은 결국 젠더 문법을 따르겠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공동체 구성원 간에 가사노동의 '분담'은 어느새 점점 볼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신경이 더 쓰이는 사람이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어떤 '편향성'은 눈에 띄게 드러나는 때가 생기는 법이다. 아마도 그것은 구성원들이 서로가 가사노동을 알아서 잘 분배할 것이라고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이 '절대로' 아니라, 단지 '귀찮고' '성가시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도 아니면 '머리'로는 가사노동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치 않더라도, '실천'의 영역에서는 실제로 하찮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겠지. 우리들 중 대다수는 '머리'만 크니까.
덧) 가사노동이라는 말에는 약간의 어폐가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가사노동인 요리, 청소, 빨래, 설거지, 양육 등이 '집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라는 말이 갖는 어폐랑 비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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