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출판하는 마음은 아직 잘 이해가 안된다. 발표한 글을 모으는 블로그라면 모를까. 아예 물적 기반이 다르다보니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과 출판된 글은 호환이 잘 안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하는 잡지 프로젝트도 사실 많이 걱정 된다. 웹진 기반의 글쓰기와 실제 출판하는 글 사이의 크레바스는 어떻게 건널 수 있을지.
난 여전히 이런 평론가들의 글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는 애증에 가깝다. 그들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러면서 한편에는 불편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그들의 세련된 보편성 때문이다. (신형철의 경우엔 보편성을 거부하고 압도적인 특수성 내지는 매력적인 주관성을 추구하고 싶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이러한 보편성은 그들의 문체나 정치적 이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젠더) 포지션 혹은 그들이 택한 장르적 형식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그들의 글에서는 매일 마주하지만 종종 피하고 싶기만 한 일상의 비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요리책을 뒤적일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엘레강스하고 스타일리쉬한 셰프들은 대개 남자들이다. 그들의 파스타, 피자, 와인은 보편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일상의 비루함을 덮는다. 그들의 요리는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리연구가라고 알려진 여자들의 책은 다른 느낌을 준다. 콕 집어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여하간 읽어보면 매우 다르다. 요리연구가들의 책은 요리가 누군가를 위한 노동이라는 점을 미리 가정한다. 사진, 글, 모든 것에서 그 냄새가 난다. 그건 말하자면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일상이다.
이러한 젠더 차이는 여행책에서도 드러난다. 여행은 보편이 아니라 특수를 지향한다. 개별적인 장소와 시간에서 개별적인 관계를 맺고 개별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이를테면 인류애나 에티카, 혹은 여행에 대해 사유하기 위해 여행을 가지는 않는 것이다(물론 서경식씨 같은 경우나, 알랭 드 보통 같은 경우는 예외가 되겠다). 남자 저자들이 실용적이고 감성적인 여행책에서 죽을 쑤는 건 이런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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