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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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2010/09/01 21:10
2년 반 만에 '개강'이라는 걸 맞이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왠지 긴장되는 마음에 늦잠을 잤음에도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02번 버스를 타는 줄은 무척 길어서 한참을 걸어서 줄을 서야만 했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가. 줄을 따라 햇볕은 뜨거웠고 공기는 눅눅했다. 정수기에서 뜬 차가운 물이 금방 미지근해졌다. 불쾌한 습기가 몸을 엷게 감쌌다. 한여름 장마철에 1회용 우비를 입은 느낌. 오래 된 마을버스는 에어컨도 잘 나오지 않았다. 과연 이게 잘 한 선택인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학교에 가서 아는 얼굴을 많이 만났다. 반가운 얼굴은 적고 피하고 픈 얼굴은 많다. 얼굴만 여러 번 봤던 후배들은 빠르게 지나쳐가는 나를 다시 한 번 힐끗 바라본다. 2년만 더 있다가 학교에 왔어도 이런 곤혹스러운 일은 당하지 않을텐데. 서둘러 단대 열람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는데 에어컨에서는 곰팡내가 난다. 열람실 한 편엔 옛날 NL이었던 사람이 고시인지 임고인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점심은 어쩌다보니 커피로 때웠다. 그 사람은 그냥 자리에서 굶는 것 같았다. 신입생 OT는 그럭저럭 40분 만에 끝났다. 밖으로 나오자 갈데가 없었다. 중앙도서관 열람실에도 내 자리는 없었고 단대에도 없었다. M 말대로 그 방에라도 자리를 잡고 싶었다. 내일 한 번만 더 권해주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제 S와 H랑 오래 술을 먹으면서 (나로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내 욕심이 어디까지인지, 내가 못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침내 선명해지는 순간들!

유치한 감정들은 여전히 낯설고 내것이 아니어야 할 것 같지만, 이번 학기부터는ㅡ어쩌면 내 인생 사이클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므로ㅡ당분간 그 감정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치기 어린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건 그것대로 받아들여지면 받아들여지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이렇게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내가 아는 누군가는 이걸 긍정적이라고 볼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나를 낯설어하게 될 것 이다. 그것도 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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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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