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 2010/08/23 22:28
1.
벤야민은 기억이라는 단어의 어원에는 매개물(medium)이라는 뜻이 있다고 지적한다. 달리 말해, 벤야민의 '기억'은 과거에 체험했던 것을 '발굴'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이다. 그렇다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많은 부분에 '기억'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을 한 때 하나로 묶어주었던 과거의 체험을, 기억이라는 '매개'를 통해 현재의 장에 소환하는 것. 그리하여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느라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던 관계를 재건하고, 체험의 공백에 다리를 놓으려는 것. 같이 체험을 했다는 것은, 어떤 시간과 공간을 '의미있게' 보냈다는 것, 그리하여 각자의 몸에 서로를 새겨 넣는다는 것, 다시 말해 경험을 체현했다는 것.
그런데 그렇다고 기억이 체험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형식과 내용을 분리하여 사고하는데 익숙하지만, 오로지 형식만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보증할 수 있을 때가 많다. 형식이자 내용으로서의 형식,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로서의 어떤 <무엇>이 있다(그 <무엇>을 우리는 어떤 책의 제목을 따라 <영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벤야민을 따라 기억이 매개라고 이해하더라도, 우리는 그 기억이 체험과 분리될 수 있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기억이라는 행위(형식)은 곧 체험(내용)이다. 기억하는 방식, 기억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의 체험 조차도 결정짓는다. 몸에 체현한 경험들은 기억에 의해 다시 배치되기 마련이고 우리의 <무엇(영혼)>도 변한다. 그러므로 오랜 관계도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2.
여기서 '기억'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단어(remember)를 조금 더 뜯어보면 어떨까? 의미상으로 remember는 re/member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member는 무슨 뜻인가? '어느 집단의 일원'이라는 뜻 아닌가? 그러므로 '기억한다'는 것은 벤야민의 '기억'의 의미에 덧대어보면 집단의 성원권을 '재re'확인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일원이 아닌 사람들이, 다시(re) 어느 모임의 일원(member)이 된다는 것. 이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억하는 행위의 일상적인 측면이다.
그런데 member에는 '신체의 사지'라는 뜻도 있다. 그리하여 dis/member는 '팔다리를 절단하다'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re/member는 이렇게 절단된 사지를 다시 접합한다는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폭력에 의해 절단되었던 사지를 비로소 잇는다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하여 감히 기억하는 자만이 고통 끝에 잘려나간 신체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하는 행위의 정치적인 측면이다.
벤야민은 기억이라는 단어의 어원에는 매개물(medium)이라는 뜻이 있다고 지적한다. 달리 말해, 벤야민의 '기억'은 과거에 체험했던 것을 '발굴'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이다. 그렇다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많은 부분에 '기억'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을 한 때 하나로 묶어주었던 과거의 체험을, 기억이라는 '매개'를 통해 현재의 장에 소환하는 것. 그리하여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느라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던 관계를 재건하고, 체험의 공백에 다리를 놓으려는 것. 같이 체험을 했다는 것은, 어떤 시간과 공간을 '의미있게' 보냈다는 것, 그리하여 각자의 몸에 서로를 새겨 넣는다는 것, 다시 말해 경험을 체현했다는 것.
그런데 그렇다고 기억이 체험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형식과 내용을 분리하여 사고하는데 익숙하지만, 오로지 형식만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보증할 수 있을 때가 많다. 형식이자 내용으로서의 형식,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로서의 어떤 <무엇>이 있다(그 <무엇>을 우리는 어떤 책의 제목을 따라 <영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벤야민을 따라 기억이 매개라고 이해하더라도, 우리는 그 기억이 체험과 분리될 수 있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기억이라는 행위(형식)은 곧 체험(내용)이다. 기억하는 방식, 기억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의 체험 조차도 결정짓는다. 몸에 체현한 경험들은 기억에 의해 다시 배치되기 마련이고 우리의 <무엇(영혼)>도 변한다. 그러므로 오랜 관계도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2.
여기서 '기억'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단어(remember)를 조금 더 뜯어보면 어떨까? 의미상으로 remember는 re/member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member는 무슨 뜻인가? '어느 집단의 일원'이라는 뜻 아닌가? 그러므로 '기억한다'는 것은 벤야민의 '기억'의 의미에 덧대어보면 집단의 성원권을 '재re'확인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일원이 아닌 사람들이, 다시(re) 어느 모임의 일원(member)이 된다는 것. 이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억하는 행위의 일상적인 측면이다.
그런데 member에는 '신체의 사지'라는 뜻도 있다. 그리하여 dis/member는 '팔다리를 절단하다'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re/member는 이렇게 절단된 사지를 다시 접합한다는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폭력에 의해 절단되었던 사지를 비로소 잇는다는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하여 감히 기억하는 자만이 고통 끝에 잘려나간 신체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하는 행위의 정치적인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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