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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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2010/04/17 18:02

<언 에듀케이션>은 제목 그대로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학교교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교육이 보편화, 제도화, 국가화되면서 일반적으로 '교육'은 곧 '학교교육'으로 쉽게 치환되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이 '교육'을 제대로 받았느냐 하는 여부는, 그 사람이 정규 학교 과정을 이수했느냐 그리고 학교가 발행한 졸업장으로 공인을 받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옥스포드에 가고 싶어하는 16살 제니에게 접근한 데이빗은, 이러한 '공인' 자격증을 갖지는 못했으나 스스로는 "인생 대학"을 졸업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학교교육'은 아니지만 '교육'의 한 형식(an education)이다. 비록 데이빗 스스로도 잘 이수하지는 못했다고 이야기 하지만.

10대 청소년기를 꼼짝 없이 '학생 정체성'에 저당잡혀야 하는 입장에서, '학교교육'은 제니가 이야기하듯, 한없이 "지루한" 것이다. 제니가 보기에 데이빗은 정규 대학과정을 이수하지 않았지만, 교양있고 재미있고 품격있는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다. 데이빗은 돈이 많은데다가 미술과 음악에 대해 잘 알며, 그의 친구도 마찬가지다. 데이빗은 고급 레스토랑, 미술품 경매장, 콘서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에 반해 제니의 아버지는 옥스포드를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한 보수적인 하위 중간 계급 출신 속물이며, 학교에서 제니를 담당하는 교사는 제니가 보기엔 캠브리지를 나왔음에도 '지루한 학교에서 아이들이나 가르치며 가사 노동이나 하는' 그저 그런 교사 인생일 뿐이다. 물론 제니의 담당교사는 제니가 보기에도 멋있고 아름답지만, 제니에게 있어 담당교사는 캠브리지를 나와도 여성에게 '허락된' 삶은 '그 정도'일 수밖에 없다는 영국사회 현실의 상징이 된다.
그렇게 옥스포드는 "인생 대학" 앞에서 힘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제니는 옥스포드를 가지 않고 대신 데이빗이 다니는 "인생 대학"에 가서ㅡ혹은 바로 데이빗과 함께/데이빗의 후광 아래 그 "인생 대학"에 가야만ㅡ, 옥스포드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어떤 고급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고 느낀다. 제니에게 그 고급문화는 매력적이고 근사한 것이다. 그리고 하위 중간 계급인 제니의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물론 데이빗과 그의 통장 잔고가 허락하는 한이겠지만)

한편 <언 에듀케이션>은 '학교교육'이 "지루하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봤을 때 '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제니가 데이빗에게 청혼을 받아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를 만류하던 교장과 담당 교사조차도 학교가 지루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폭로된다. 교장조차도 사실 우리는 너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게 없으며, 학교는 단지 퍼블릭 서비스일 뿐이라고 언급한다. 학교에 한 명 쯤은 있는 명문대 지망생인 제니는 그렇게 학교를 나간다. 한국처럼 대학이 서열화 된 영국의 양대 명문 대학인 캠브리지를 나온 담임 교사도, 제니가 원하는 그 "인생 대학"의 '교육' 앞에서는, 그리고 제니의 말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지고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언 에듀케이션>은 이 '학교교육'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인생 대학"에서 한편의 소녀 성장 드라마를 상연한 뒤, 제니는 결국 씁쓸함을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목표는 다시 옥스포드가 된다. 제니는 교장을 만난 뒤 담당 교사를 찾아간다. 그렇게 찾아간 담당 교사의 집은 러블리하고 책과 그림이 있으며 페이퍼백도 엽서도 있다. 여전히 멋있는 담당교사는 돌아온 제니의 말을 듣고 "노련해지고 현명해(old and wise)"진 것 같다고 말하지만, 제니는 "노련해지긴 했으나 그리 현명하지는 못하다(I feel old, but not very wise)"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니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담당교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 말을 들으니 기쁘다"고 대답한다. (이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언어가 부족해서... 어쨌건 이 선생님 진짜 멋있어 이런 선생님들보면 진짜 임용고사 준비해야나 싶어진다) 이제 제니는 비록 지루하고 무용한 '학교'를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이 멋있는 교사와의 관계에서, 더욱 현명하고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언 에듀케이션>은 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교육의 한쪽에는 '학교제도'가 있고, 그 밖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인생 대학"이 있다. 영화는 그런 것에 본격적으로 가치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제니가 처해 있으며 (얼마간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현실일 뿐이다. 그러나 <언 에듀케이션>은 그 모든 것 보다도, 사실은 제니가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요컨대 결국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니 스스로의 성장인 것이다. 그리하여 제니는 성장에는 "지름길(short-cut)"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언 에듀케이션>이 제시하는 '교육'은, 이러한 제니의 성장을 돕는 것이자, 또 제니 스스로의 성장이다. '교육(an education)'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장이어야 한다.


덧) <언 에듀케이션>은 이렇게 한 편의 웰메이드 성장 영화지만, 한편으로 흥미로운 정보도 많이 제공한다. 1960년대 영국의 인종주의(유태인과 흑인을 대하는 주류 백인의 태도와 그들이 가진 이미지)에 대해서, 옥스브리지라는 양대 대학교가 영국의 맥락에서 어떤 위상을 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영국의 교육제도와 문화에 대해서, 영국의 하위 중간 계급 남성의 정체성(제니의 아버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 남성 정체성이 어떤 맥락에서 갈등을 겪으며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서, 계층화된 '계급 문화'에 대해서, 그 계급 문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상처와 자국을 남기는지에 대해서, 소년과 소년의 성장에 대해서, 또 한편으로 더 중요하게는 젠더 시스템 등등에 대해서도. 이 모든 것들을 생략한 채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영화의 서사를 비난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견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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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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