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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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2010/03/14 23:22

몸 건강도 그리 좋지 못하고, 마음에도 여유가 없다(여유가 있던 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피곤하다. 나는 내 시간 갖는 게 정말 필요한데, 하루에 내 시간은 2시간 남짓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방해 받을 가능성이 높아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다. 글을 쓰거나 책을 집중해서 읽을 때 나는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방해 받을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이내 산만해진다. 그렇다고 문을 잠그면 부모님이 서운해 하는 것 같고, 또 사춘기 청소년도 아닌데 잠글 것 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받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적어도 방에 들어올 땐 노크를 해달라고 어렵게 말씀드렸는데, 말한 이후엔 노크를 하면서 동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빠의 경우엔 이 집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걸 더 이해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다시 독립해 사는 생활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기다리게 된다. 서울 전셋값이 많이 올라 좋은 집은 못구하겠지만, 어쨌든 부모님께서 전세방을 구해주신다고는 하셨으니 미리 좀 알아봐둬야겠다. 어디가 싸고 괜찮으며 어디 교통이 좋은지. 주변에는 도서관이랑 운동장이 있음 좋겠다. 주변에 주말 같은 때 놀러가도 되는 이가 살고 있음 더 좋고. 이것저것 따졌을 때 위치는 사실 마포구가 딱인데, 어떤 블로그에서 보기로 1억원 미만 전세가 마포에 몇백가구 밖에 안 된단다. 아이고 1억원이라니. 앞으로 예정된 내 삶의 수순을 보면 1억원 모으려면 20년도 더 걸릴 것 같은데. 대체 난 어디서 살아야 하나. 에고고, 서울 외곽으로, 또 외곽으로 밀려나겠구나. 경기도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만약 경기도에 살게되면 언제나 시계(市界)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게을러질 것 같다. 지명이 주는 느낌은 단순한게 아니란 말이지.

이번에 살게 되면 동생과 같이 살게 되겠지만, 뭐 그리 큰 걱정은 안 된다. 어차피 패밀리 스타일로 성장한 건 아니기 때문에, 각자 삶에 바쁘게 살거다. 또 이번에 방을 구하게 되면 집의 개방도(?)를 좀 높일 계획이다. 동생과 타협을 잘 해야겠지만. 어쨌든 예전에 살았던 방은 세명만 둘러 앉아도 꽉찬 느낌을 줬었는데, 투룸을 구하게 되면 작으나마 거실도 있을 거라 믿는다. 어쨌든 지금 생각 중인 여러 모임을 집에서 할 수 있게 호스트로서의 역량을 좀 길러놔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밖에서 돈 들이면서 모임을 하고 싶진 않다. 카페는 혼자나 둘이 가는게 제격이지 네명 넘어가면 골치 아프다. 그러니까 부엌에서 즉석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라든지, 모임에 필요할 몇 가지 도구라든지, 내 성격과 화술로는 어렵겠지만 좁은 공간에서 그리 친분이 깊지 않은 이들이 여럿이 앉았을 때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연습을 해둬야 할 듯하다.

2010년 들어서 1주일 마다 하루 어떤 모임에 간다(이 글을 보시진 않겠지?). 매주 서울에 가는 일이 쉽진 않지만 가는 것도 습관이라 이제는 차 안에서 왕복 4시간을 때우는 데 좀 익숙해졌다. 2달 쯤 지난 지금은 그 모임이 지금 내 삶의 유일한 활력이 되어 버렸지만, 사실은 여전히 그 모임에 가면 늘 긴장하고 있다. 여느 때처럼 아무 기대를 안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면 그냥 막 지를수도 있을텐데(지르고도 후회하진 않을텐데), 이 모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라서 막 말하지도 못하고 말하고 나서도 후회할 때가 많다. 내가 이렇게 인정 욕망이 셌던가 싶기도 하고. 이와 비슷한 예전 모임에 들어갈 땐 거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어서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런 친구들끼리만 모이는 모임은 한동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으니... 어쨌든 그 모임에 다니면서 내 언어와 위치, 말하기 방식에 대해서 계속 더 고민하고 회의(懷疑)하게 된다. 한동안 무뎌져 살았던 것 같은데, 다시 자극받게 되는 것 같다. 의무감에 써서 오늘 들고간 글은 결국 못 쓰게 되었지만, 못 쓰게 된게 정말 다행인 것 같다.

휴. 내일은 또 출근. 끝나기 까진 156일 남았다. 얼마 전부터 같이 사무실에 있게 된 아이한테 할 말이 점점 쌓이고 있다. 이러다 한 방에 열받아서 터트리면 안 되는데. 그러니 조금씩 풀어 내야는데, 별로 듣는 귀도 없는 애 같아서 걱정이다. 나와 상식이 통해야 얘기를 해도 할텐데. 걔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 말 같은게 마음에 드는 구석이 정말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별게 다 짜증난다. 사무실에서 사적인 전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큰 목소리로 하는거, 자기 할 일 안하고 매일 졸리다고만 하는거, 뻘한 소리 지껄이고 "그지?" 하고 동의를 꼭 요청하는 거, 중얼중얼 말하면서 일하는 거, 그런데도 내가 좀 짜증내는 것 같으면 막 눈치 보는 거, 사실 이거 다 별거 아닌데 하나하나 다 짜증난다. 아 정말. 어쩌면 진짜로 난 보통 일반 남자들하고 같은 공간에 오래 있는 걸 아예 못 견디게 된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점점 안티 소셜이 되가는군.. 이래 놓고 무슨 인류학을 전공하겠다고. 품을 더 키워야는데. 뭐, 이런게 싫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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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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