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는 사람의 결혼 소식.
차츰 나이가 하나 둘 쌓여가면서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 여러 개 있지만, 그 중에 정말 싫은 것 2가지. 하나는 얼굴과 목에 나이테처럼 늘어가는 주름. 다른 하나는 아는 사람의 결혼 소식.
한 때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블로그에 일종의 '결혼' 소식을 전한다. 진지하게 전공까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인데…. 예전에 얼핏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사진으로 보니 역시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가 보다. (시각매체야말로 우리 시대의 리얼리티니까?)
배낭여행에서 만나 지금도 가아끔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도 올해 잘 나가는 레지던트 외과 의사와 결혼했고,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이었던 아이도 클래식 악단이자 교회에서 만난 이와 결혼했고, 선본 활동이랑 여러 활동을 같이했던 남자 선배 한 명도 올해 결혼했다. 다 내가 마땅히 찾아갈만한 사람들인데, 나는 역시 가지 않았다/못했다. 간다 만다 결혼식 당일 새벽까지도 고민하다가, 아니 결혼식에 가보려고 서울까지 갔다가도, 가지 않았다.
고집인지, 두려움인지, 질투인지, 알 수 없다.
둘. 내 속물 근성.
어떤 친구는 날 더러 지나치게 도덕적이라고 했으나, 나는 지나치게 속물적이다. 그게 속물 근성이란걸 알기에 어떤 면에선 다행이기도 하고, 알기에 더 못 돼 처먹은 구석도 있다.
나도 모르게 속물적인 판단이 머리 속을 스칠 때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넣을 수밖에 없고, 그럼 그 즉시 잠이 들기 직전까지 하루종일 녹초가 된다. 끈끈한 점액질의 물체가 뇌를 감싸는 것처럼 머리는 무거워지고 마음은 엉덩이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가빠져 버린다.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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