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서 동창생들을 만나는 게 싫다. 나는 그들을 진작에 맘 속에서 밀어내 버렸고, 따라서 그들은 마땅히 내 시야에서 추방당해 있어야 하는 인물들이다. 누군가는 마트에서 이중 취업을 했고, 누군가는 행정 기관에서 청년 인턴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작은 팬시점에서 파트 타이머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타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고 가끔 이곳에 들른다. 작은 거리를 지나다 보면 나는 그들을 순식간에 알아 보지만 기꺼이 그들을 모른 체 한다. 대개 그들도 내 시선을 느끼고 내 얼굴을 기억하지만, 내가 모른 체 하고 얼른 시선을 돌리므로 그들 역시 나를 모른 체 한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학창 시절에 친구가 적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기억하고 있는 그들이 싫다. 내가 기어코 지우고자 하는 기억을 공유하는 그들이 싫다.

가끔 성큼 성큼 다가와 말을 건네는 아이들이 있다. 내 눈은 옆으로 새 있지만, 나는 그들의 존재감을 온 몸으로 느낀다. 다가오지 말라, 나는 너를 지운지 오래다. 하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십 수년 만에 만난 동창생에게 기꺼이 아는 체를 하는 아이들의 눈에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넘친다. 그 자신감은 심히 부담스럽다. 저 얼굴에 반짝이는 반가움은, 분명 사교와 사회성을 알고 기꺼이 행하는 자의 것이거나, 오랜 시간 수련을 거친 자의 몫일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거절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내 의지이기도 하지만 내 의지가 아니기도 하다. 여긴 내가 나고 자란 곳이지만, 여긴 내 공간이 아니다. 여기 거주하는 그 누군가에게도 이곳은 '나의 공간'일 수 없다. 이곳은 모두의 공간, 사회성의 공간이다. 눈물 나는 인정 투쟁의 공간. 언제나 구체적일 것임을, 언제나 한결 같기를, 또한 당신은 언제나 그 이름이어야 함을 끊임 없이 확인하고 서로 확인시켜주는 공간. 그래서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도서관에 가는 것도, 마트에 가는 것도 내게는 일종의 모험이고 도박이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지금 누구를 가르치고 돈을 받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사러 가는지, 내가 도서관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이 모든 것들이 비밀이 되기를 꿈꾸며, 하지만 그 꿈이 언제나 배반당하고 있음을 느끼며 집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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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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