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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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2009/05/02 14:57

<번 ㅇ프터 ㄹ딩>을 봤다. <노인을 위한 ㄴㄹ는 없다> 이후 코엔 형제의 작품은 오랜만인듯 싶네. 게다가 무려 조지 클루니에 브래드 피트가 나올 뿐 아니라 틸다 스윈튼, 존 말코비치 등이 나온다. +_+ 진짜 초호화 캐스팅! 하지만 코엔 형제의 명성, 그리고 이들 배우들의 영향력에 비해 한국에서는 개봉관이 딱 하나로 무척이나 적은 편인듯. (스포일러 안쓰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D)

사실 누가 나온다는 사실만 알고 봤기 때문에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될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건 웬걸. 이 영화 상상 이상이다 진짜. 이런 쟁쟁한 배우들이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소화해 냈을까. 감독도 대단하지만, 이런 배역들을 잘 소화해 낸 배우들도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국가 기밀을 다루는 에이전트, 우연히 새 나간 국가 기밀, 미국 국무성 등 쟁쟁한 국가 기관, 러시아 대사관, 총, 미행, 살인, 사랑, 시체 은닉.. 이러한 요소를 조합하면 (당연히) 그럴싸한 첩보 스릴러가 나와야하는게 맞다. 게다가 출연 배우들도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존 말코비치 등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테다. 헐리우드 식의 스릴러 물의 문법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렇게 상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조합되었는데도 이렇게 웃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니! 나는 아직도 이 영화의 영특함과 명민함이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저 막장 블랙 코미디로 치닫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꼭 말해두어야 겠다. 피식, 하는 웃음부터 푸핫, 하는 웃음 사이 사이에, 첩보 스릴러물에서나 느낄 법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 나로서는 중간까지도 이게 대체 무슨 영환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덧 자랑스레 젊다고 말하기엔 조금 민망한 중년 길에 접어든 배우들이 나와서,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위해 성형 수술비를 모으고, '바람'을 피우고, 그 바람은 또 바람과 바람 그리고 이혼 도장과 사설 탐정 고용과 술을 불러오고, 사랑을 위해 침투하고 기밀을 훔쳐 내고, 통장에는 자기도 모르는 새 돈이 빠져나갔고, 누군가는 실수로 총에 맞아 죽고 그 실수는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오고, 파산자로 오해 받고, 편집증이 나타나 반은 미쳐버리고. 이 모든 사건과 유머들이 사실은 '미국 중년의 삶'에 초점이 있는 것 같아 내내 씁쓸했다. 이 영화의 어디에서도 중년 연령대의 인물 외에 다른 인물에는 조명이 맞춰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듯, 이 시대의 진짜 '성적 소수자'는 '중년의 배나온 남성'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맞물려서, 일반적인 문화 재현물의 연령 배치를 떠올리게 되니 더욱 암울해졌달까. 그로부터 누가 쉽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괜히 긴장했다가 이내 피식 피식, 낄낄 웃고 또 긴장하면서 90여분을 보내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겉잡을 수 없는 허무와 허전함에 질식해 버리는 줄 알았다. 갑자기 많이 외로워져버렸다. 영화가 싫어서도 아니고 재미없어서도 아니다. 이 영화 진짜 훌륭하다. 단지 "이번 사건을 통해 배운게 대체 뭔가?"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네."로 이어지는 대사 연쇄를 보고 있자니 더 그랬단 말이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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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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