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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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2008/11/30 23:37

너무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네. 서울에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약속 시간까지 텅 빈 시간을 감당하느라 센트럴 씨너스에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어떤 내용인지도 거의 모르고 봤는데 생각보다 만족했음 ㅎㅎ

전반적으로 화면이 참 아름다웠던 것 같다. 신윤복이 강무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장면 장면들도 그렇고, 섹스 신 등 '옷 벗고' 나오는 장면들도 그렇고. 한국 영화에서 '옷 벗고' 나오는 장면들은 대개 어딘가 어색하거나 불편하거나 짜증스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미인도는 훨씬 덜 그랬던 것 같다. (숏버스랑 비교할 수 있을까?) 물론 약간 길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긴 했는데, 뭐, 그 정도 쯤이야.

개인적으로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치정극'이랄까(-0-), 유혹과 사랑과 증오와 자기연민과 (성별/나이/계급)권력 등등이 끊임없이 얽히고 교류하고 무한히 증폭되면서 결국엔 당사자들을 나락으로 떨궈버리는(-_-) 서사를 종종 즐기는 편인데... 사실 너무나 진부해져버리기 쉬운 주제여서 마냥 즐기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제대로(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표현하는 작품이 드물기도 하고. 대개가 지나치게 어색하기 짝이 없거나, 복잡한 그 감정 덩어리들을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안타까운 경우도 많고. 또 너무 쉽게 그냥 '이성애 여남 간의 삼/사각 관계' 정도로 정리해버리는 경향이 많고(이런 경우, 당사자들 중에 동성간의 관계는 아주 가볍게 다루어지고, 관계의 승자와 패자가 등장한다).

미인도도 사실 그런 서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유독 맘에 들었던 점은 굳이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말(대사)'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대사 보다는 눈빛, 몸짓, 분위기 등으로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고, 상대방 배우는 그 미묘한 전달을 또 금방 캐치해 내고. 또 내가 보기에 섹스 장면은 (비록 많이 등장하는 장면이긴 하지만) 아주 부차적이거나,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 맥락과 비교적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던 것 같다. 비록 영화지만, 이런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게 놀랍기도 하고(현실에서는 얼마나 오해가 판을 치는데!), 부럽기도 하고.. 또 '동성'간의 관계도, 조금 더 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 같다. 분명 티비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듯 단순한 '승자'와 '패자'로만 읽을 수는 없다. 어쨌든 이러 저러한 점에서 이 영화를 '준 포르노' 정도로 치부하는 평가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더니;) 나는 인물들, 그리고 서사가 너무나 잘 이해가 되던걸. 덕분에 아주 몰입(투사)해서 보기도 했고..

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강무와 신윤복이 몇 번의 '교류(!)'를 거친 뒤에는 신윤복이 완전히 '여성'이 된다는 점 정도를 일단 들고 싶다. 왜 거기서 '그 옷'을 입히는지(;) 그리고 신윤복은 왜 '그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건지(;) 사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약 시나리오 작가였다면 그렇게 전개시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좀 더 퀴어하게 관계를 구성하고 전개시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너무 뻔한 이성애 관계로 만들었달까. 마치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별 다른 갈등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또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음, 마초 김홍도의 완벽한 파멸을 원했는데... 아오; 그리고 강무 캐릭터도 좀 밍밍했다. 또 신윤복의 어렸을 적의 '상처'도, 솔직히 영화 내에서는 좀 애매한 위치였던 것 같다. 신윤복 캐릭터의 '젠더 정체성(이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을 보다 복잡하게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인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너무 예뻤다. 서양화 풍에 질릴 참이었는데...


어쨌든, 김민선 너무 좋음 ㅎㅅㅎ

사진 열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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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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