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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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 2008/11/25 00:42

피에르 클라스트르의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홍성흡 옮김, 이학사, 2005)를 보고 있다.. 첫 장은 나름대로 흥미진진 했는데... 4장 쯤 가니까 갑자기 흥미가 조금은, 아주 조금 뚝, 했지만 일단 끝까지 봐야지 싶다는. (사실 흥미만 뚝, 하면 괜찮은데, '이게 뭥미?' 싶은 구절들도 눈에 띄어서... 그치만, 60년대에 쓴 글이니 pass, pass!)

재밌는 얘기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냥 짧은 '의문'이 든 것 중에 하나만.

[...] 강제 혹은 폭력으로서의 정치권력은 사회 내부에 혁신, 변화 그리고 역사성의 동인을 갖추고 있는 역사적인 사회들의 표지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비강제적 정치권력을 지닌 사회는 역사 없는 사회이고 강제적 정치권력을 지닌 사회는 역사적인 사회라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배열할 수 있다. 이러한 배열은 역사 없는 사회들을 권력 없는 사회로 취급하는 권력에 대한 현재의 사고와는 매우 다르다. [...] (p. 32) [강조는 원문.]


뭐, 일단 여기에 쓰인 '역사적'이라는 개념(여기서 말하는 '역사'란 무엇인지?)과 '비/강제적'이라는 개념, 그리고 '정치''권력'이라는 개념에 대한 보다 명료한 정의(definition)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혼동이 되어서 말야.

어쨌든, 만약 여기서 쓰인 '강제적 정치권력'이라는 말을, '(군)주권 권력(sovereign power)'정도로 이해해도 좋다면, 결국 클라스트르가 '역사'와 '(군)주권'의 깊은ㅡ어쩌면, 필연적이자 불가분의ㅡ유대 관계를 시사하고 있다고 읽힌다. 그렇다면 '역사'란, 결국 주권의, 주권에 의한, 주권에 대한 담론일 뿐이란 이야기일까? 다시 말해, 주권 권력을 (새로이) 쓰면서 그 근원과 정초foundation를 (탐색 및) 창조해 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주권 권력의 정통성legitimacy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정당화하는, 그저 그렇게 이러쿵저러쿵한 담론이란 이야기? 

과연 '역사'라는 담론은, 이러한 의미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비강제적"인 사회는 역사를 쓰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비강제적 정치권력"을 가졌다고 말해질 수 있는 사회란 도대체 어떤 사회인가?) 여기서 푸코를 좀 불러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지만(사실은 어느 정도 불러온 것 같지만), 깊은 관계가 없는 것 같으므로 일단 접어두자.

그런데 "역사 없는 사회"와 "역사적인 사회"라는 말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한 걸까? 그러니까, "역사적인"이란 말은 정확히 "역사 있는"이라는 의미인건지? (그럴 경우 '있는'이라는 말도 상당히 문제적이겠군) "역사적인"이라는 것은ㅡ어떤 집단, 혹은 어떤 형태의 권력에 의해서ㅡ문자로 꼼꼼하게 기록되고 영구토록 보존될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것에 붙이는 말인지? 혹은 어떤 형태든지 기록이 남을 경우에ㅡ우연이든 혹은 특정한 노력의 산물이든ㅡ붙이는 말인지? 아니면 도대체 어떤 의미로??? (암튼 의문 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니까; 그냥 읽자면 그냥 읽겠지만, 궁금해지잖아..)

지저분한 의문, 하나만 더. "역사적인"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든지 상관없이 여기서 과학적 사실 진술을 하듯 말하고 있는 "강제 혹은 폭력으로서의 정치권력은 사회 내부에 혁신, 변화 그리고 역사성의 동인을 갖추고 있는 역사적인 사회들의 표지"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혁신', '변화', '동인'이라는 말들이 어우러지면서 너무나 진보주의적(개량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냄새가 나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도 하고.. "강제 혹은 폭력으로서의 정치권력"과 "역사적인"ㅡ어쩌면 인터넷을 하고 있는 우리는 '역사적인' 사회에 이미 살고 있는 셈 아닐까?ㅡ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부분에서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권 권력을 구성하는 '정초적 폭력'이니, '성스러운 테러'니 하는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한 말들은 종종 들을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정치) 권력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얼마나 괜찮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설득력 있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이런 경향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영 찜찜하기만 해서 말야.

물론 현재까지 '생존'해 있고 또 널리 기록되고 보존되어온 '역사'를 가진 수많은 (정치)권력체들의 정치/사회 구조와 현재엔 (자본주의, 제국주의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볼수도 없고 기록도 보존도 되지 못한 '역사'를 가진 역시 수많은 (정치)권력체들의 정치/사회 구조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본적인 단절, 차이, 균열이 분명히 있겠지. 근데 그러한 단절이나 차이점들을 설명할 때, '폭력'과 '강제'라는 말을 넣어서 코딩하는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을 느낀다. '폭력'과 '강제'라는 말의 뜻도 엄청 애매하거니와, 그 말들이 애매한 채로(사실은 애매하니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특권화 되고, 재생산되고, 특정한 정치 권력의 모델을 옹호하는 것만 같아서 말야.


결론 : ... 아 모르겠다. -_- (무책임한 주인장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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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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