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질서(관계의 질서), 새로운 '언어 게임'을 맞닥뜨린지 1주가 지났다(엄밀히 말하면 45여일 정도가 지났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새로운' 것도 아니다. 너무나 흔해 빠지고 뻔할 뻔자여서(더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냥 나로서는 저리 치워버리고 싶었던 그런 시스템에서 꼼짝없이 생활한다는 것... 이것도 이내 '습관'이 되어 버리겠지. 무섭게도. 음.. 그나마 책 읽을 시간이 많다는 것, 그리고 주말엔 좀 프리하다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할까봐. :D
2. <철ㅎ과 굴ㄸ청ㅅㅂ>라는 '유명'한 책을 오랜만에 빠르게 훑었다. 개정 증보판으로. 예전에 읽었을 때에 비하면 미심쩍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아예 새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정말이지 미덥지 못하다. 특히 뒤에 증보판에서 추가된 부분은, 나로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끔찍할 정도로 진부할(라는 말이 적당하진 않은 것 같지만) 뿐만 아니라 왠지 허탈하게 느껴져서 결국엔 덮었다. 뭘까, 도대체 이 느낌은? 읽자마자 지쳐버리게 하는, 이 언어들은 도대체 뭘까...?
3. 아, 정말 정말 전쟁이 싫고 무섭다. 나는 '전쟁'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해지면서 한껏 불안해지는 사람이자 전쟁 이야기를 듣고 나면 (괜한) 걱정에 아무 것도 잘 잡히지 않는 사람인데.. 나는 내 몸에 조그만 생채기가 나도 꼭 밴드를 붙여야 하는 사람인데..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 하나라도 어이없이 잃어버리지 않길 바라고, 만약 잃어버리면 많이 속상해 하는 사람인데.. 김연ㅅ의 소설 <밤은 노ㄹ한다>를 읽다가도, 소설 속 특정한 상황에도 전율(?!)하면서 덜덜 떠는 사람인데.. 이렇게, 우선, 몸이, 말을, 한다. 나는 그 말에 귀기울일 수밖에.. (날 더러 대체 어쩌라는 거야. 흑흑. 제발 내게 공갈 협박 좀 하지 말라구!)
4. 나는 '집'에 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면책'된 것 같이 느끼나보다. TV와 인터넷은 온통 어두운 뉴스만을 쏟아내고, 나는 그것을 보고 읽고...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아무 느낌이 안난다. 내가 'ㅅㅇ'에 있을 때와는 정말 다른 느낌이다. 아무 느낌이 없다는 건, 사실 분노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다. 나는 어느새 분노하는 법을 까먹은 걸까. 흔하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분노보다는 그냥 체념하는 법을 습득한 걸까. 아니, 설마 그럴리 없다. 일단은 빨리 벗어나고 싶다.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5. 자꾸만 흔들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흔들리지 않았음 좋겠는데... 내가 선택한, 내가 지망하는 이 길이, 왜 나에게 아무런 영감도, 영향도 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 왜 내 키보다 훨씬 큰 거무튀튀하고 억센 수풀들이 내 앞에 있는 걸까. 왜 내 앞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걸까... (그리고 처참한 열등감!, 어떡하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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