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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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2008/09/23 01:21

<콰이어트룸에서 만나요>라는 일본 영화를 보았다. 정말 담백하게, 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런 문제의식들을 '압축'적이자 '상징'적으로 잘 풀어낸, 수작(秀作)인 것 같다. 젠더 문제를 비롯한 여러 일상의 문제를 정신 병원과 연결시키고,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아주 잘 보여준다. 그러니까, 정신병원이다, 정신 병원. 현대의 정신 의학적 담론에서 보자면, 우리는 어느 정도는 정신병을 갖고 있고ㅡ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미칠랑 말랑한, 달랑달랑하고 아슬아슬한 상태에 있다ㅡ누구나 은밀하게 편집증, 강박증, 신경증을 갖고 있고 또 누구나 은밀한 거식증, 폭식증 '환자'이다. 최소한 '잠재적인' 정신질환자들인셈이다. 그렇다면ㅡ정신 병리학이 우세한 담론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한에서ㅡ우리는 거대한 정신 병원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 이제는 흔히 생각하기 쉬운 '정상'/'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예컨대 광인/정상인)이 작동한다기 보다는, 현대적인 정신 병리학적 담론에서 보자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비정상'인 사람들이 되었으니까. 규범화하는 사회(규격화하는 사회; normalizing society).

... 아 뭔소리람... 어쨌든 -_- 이 영화의 미덕은ㅡ그리고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본 드라마나 영화의 최대 미덕은ㅡ감정이 과잉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요즘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데,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어쩜 그렇게 감정들이 과잉적인지 모르겠다. 드라마든 영화든, 왜 다들 그렇게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지 몰라. 사랑도 잡아 먹을 듯이 하고, 미워하는 것도 잡아 먹을 듯이 한다. 왜 이렇게 연기를 '찐하게' 하는 걸까. 그에 반해, 과연 우리네들의 일상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 같이, 그러한 걸까.

나에게 있어 영상물을 볼 때 가장 힘들 때는, 영상물이 나에게 나 스스로 어떤 해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 때다. 다시 말해, 메시지를 '곧바로', 그리고 '성급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출연(연기)하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감정들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영상물들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는 피곤하게 되기 쉽다. 이러한 영상물은 관객들에게 호통을 치고 협박한다. 윤리적인 긴급성이 있는 문제에라면 이러한 방식들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런 방식들을 고집해야 할까. 적잖은 한국의 영화나 다큐멘터리들의 문법도 이러한 방식을 따르는 것 같다. 다들 울고 불고 눈물을 쥐어짜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마냥 활짝 웃고 희망이 넘치고 행복하기만 한. 그저 뜨겁기만 한.

이런 방식은 오히려 나의(관객들의) 지속적인 공감과 몰입을 방해한다. 영상물을 보는 당시에는 충격과 공포로 부들부들 떨면서 감정이 고양될 수는 있지만, 그건 그냥 그 때 뿐인 것 같다. 사랑과 우정 등 친밀함 속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폭력성, 더 크게 보자면 예컨대 전쟁의 참상, 빈곤의 끔찍함, 학대 현장의 참혹함 등등을 '노골적으로' 다루는 영상물들은, 오로지 관객들에게 노출될 때에 한해서 관객들을 자극할 수 있을 뿐이다. 멜로를 보고 감동하지 포르노를 보고 감동하기 쉽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그건 모종의 '관성'을 생산한다. 그래서 다들 그냥 아 세상엔 끔찍한게 있구나, 하고 마는거지.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반복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여운, 관객들의 헛점(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그 무엇들이 메시지의 '영향력' 측면에서 보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상물의 너무 과잉된 감정에 노출되는 건 역시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_-... (으흑)



덧) 아오이 유우, 우치다 유키 킹왕짱! h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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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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