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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실험자들이 실험자가 내리는 명령에 반항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불합리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탠리 밀그램 (이 실험의 호스트)
심리학개론 수업 들으면 종종 언급되는 이 '유명한' 실험이 얼마나 올바른지 얼마나 적합성이 있는건지 얼마나 현실적용성이 있는 건지 하는 문제들은 일단은 (이 실험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니) 차치해두자. 어쨌든 스탠리 밀그램의 결론은 나름대로 유의미한 것 같다. <파시즘의 대중심리>에 나온다는 라이히의 분석처럼.
그러나 밀그램이 "권위자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무엇보다도 "권위자와의 관계를 단절"해도 '안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절"하는 건 엄청난 영웅적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내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나의 양심에 비추어보았을 때 거부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권위자의 권위와 '나'를 분리시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단절" 행위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불이익들을 감수하는 일들은 오로지 개인에게 맡겨져서는 안된다. 이러한 "단절"은 권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고 권위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거나 권위를 따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곧 '배신'이기 때문이다. '배신'. 그로인해 '배신자'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왜소한 개인에게 일종의 주홍글자의 낙인으로 부여된다. ㅡ물론 예컨대 '장기수' 같은 경우에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겠지만...
한겨레신문사에서 나온 <배신>이라는 제목의 책을 서점에서 살짝 훑어보았다. 그 중에서 예전에 '삼성'의 내부를 낱낱이 고발했던 한 변호사의 글, 그리고 정신의학 전공의의 글을 읽었다. 이중 후자의 글은 재밌게 잘 보았다. '배신'이라는 말의 심리학이랄까. '신뢰'란 건 어쨌거나 정말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ㅡ한번 '배신'이라는 말로 낙인이 찍히면, 그리고 그것이 널리 한 커뮤니티에 일종의 서사적 권위를 지닌 채 전달이 된다면, '매장' 당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양치기 소년 우화, 박쥐 우화 등등도 우리에게 '신뢰'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배신'의 위험성을 가르쳐주는 '교훈적'인 역할을 하지 않던가.
게다가 이런 식의 '매장'은 단지 '마을'이나 무슨무슨 모임,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 같은 소규모 커뮤니티 뿐 아니라, 소위 '지식인'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교수의 비리(?)를 언론에 전달했던 한 국문과 대학원생이 완전히 그 커뮤니티에서 축출당했던 (그리고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모를) 것처럼. 사람 모인데면 뭐 사실 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배신>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글에는 이런 식의 질문이 나온다. 한 번 배신했다고 알려진 사람을 과연 당신이 속한 곳에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그래서 결속력 있고 지속성 있는 (제도화 된) 시민 단체, 시민 운동 내지는 공동체 운동의 필요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제도-장치로는 보호될 수 없는, 그런 "단절" 된 사람들을 위해서. 혹은, 더 중요하게는, 집단적 "단절"을 위해서. 급진주의 정치를 표방하며 (제도화 된) 시민단체의 '보수성' 내지는 심각한 '한계' 등을 비웃는 것은 쉬운일 이지만, 그런 식으로 빈정대고 비꼬기'만 하는' 건 역시 자위는 할 수 있지만 큰 도움은 안되는 일이다. 그것은 잡스러운 냉소주의적 좌파 에고이스트로 가는 길이다. 우리에게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그것도 안정적인, 소속감을 주는, 그런 '커뮤니티'. '저항적(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이라면 더 좋고...
읭? 근데 왜 글의 결론이 이렇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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