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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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2008/09/16 21:33

나는 몇 번 죽었다 깨어나도, 몇 가지 단어들이나 문장들을 발음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말들을 발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음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자. 언제나 그렇지만,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말들을 자연스럽게 발음하면 억만금을 준다고 누가 제안하더라도, 나는 아마 그 돈을 받지 '못'할 것이다. 발음하지 못하겠다면 글로 한 번 써보라 하여도 나는 펜을 옮기지 '못'할 것이다.

그 말들을 발음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들에 속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그 말들을 요구할 때 조차도 나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그 말을 하지 '못'한다는 걸 상대방이 안 뒤에는(물론, 이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대개 관계는 삐걱대기 마련이었다. 젠더도, 관계도 그 말들에 의해서만 유지되니까.


나는 왜 그것들을 발음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딱히 이유는 없다. 대신 변명은 있다.

나는 어느 시인이 말했듯, 그 말들은 묵음으로 발음되어야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마치 '종교'처럼. 그것들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우리는 악취나는 그 무엇을 볼 것이다.


... 사실 내가 발음하지 못하는 말이 "몇 가지"라고 말했지만, 고작 두 가지 밖에 안된다.

모르지. 욕을 할 수 없었던 내가 가끔은 욕을 할 수 있게 되었듯, 언젠가는 기꺼이 발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럴 때 쯤이면, 나는 자살을 매일 같이 생각하고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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