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2008/09/07 17:16
번역을 욕하는 건 쉬운데 번역을 실제로 하는 건 어렵다. 단지 한 작품을 비난/칭찬하는 비평이, 창작으로서의 비평에 비해 훨씬 쉬운 것과 마찬가지로. 게일 루빈(러빈?)의 논문을 틈틈이 영어 및 인류학 공부 삼아서 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자괴감만 든다. 직역하자니 한국어로는 너무 알 수 없는 말이 되고, 의역을 하자니 과연 이게 원저자가 의도한건지 의도하지 않은 건지 알 수 없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이해한 바대로 번역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대충대충 하다보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있는 의미상의 '심연'ㅡ다시 말해 두 문장과 문장 사이에 논리적인 비약이 생긴다ㅡ을 메우기 위해 한 두 문장을 창작해서 넣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물론 원문을 문자와 문법 그대로 번역할 때도). 또한 역주를 달고 싶은 부분도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나는 뭔지 알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읽으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까봐서. 역시 하루에(그러고보니, 매일 매일도 아니다; 허허) 한 두 시간 투자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는 걸까... 흑흑.
다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번역하고 싶다.. 아님 더 쉬운 책을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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