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2008/09/05 23:55
내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ㅡ이런 자본주의적인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ㅡ은 사실 별것 아니다. 일어나서는 부랴부랴 챙겨서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서 작은 사각형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일하고 시달리다가 다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돌아와서는 녹초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이 들고 다시 깨어서 일터에 나가고 주말이 되어서는 잠을 오래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한 다음에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는 월요일이 된다는 사실에 우울해 하고 공휴일이나 명절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분노하고 좌절하게 되는 삶이 아니면 되는거다. 앞으로는 직업이 삶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테지만, 직업을 통해서 뭐 만족 같은 것을 느낀다거나 하는 종류의 일들은,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인 '중산층'이 된다거나, 큰 집을 소유한다거나, 좋은 차를 갖는다거나, 정상 가정을 아름답게 꾸민다거나 하는 것은 욕망한 적도 없고 욕망할 예정도 아니므로 그런 삶들은 나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그저 이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는 새벽 세시에 자도 마음 편한 삶을 살 수 있음 좋겠다. 그리고는 오후 세시에 느긋히 화분에 물을 준다거나 누워서 시집이나 소설책을 뒤적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전화나 문자도, 원하지 않으면 받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삶. 최대한 양보해도, 적어도 1년에 두 세달씩은 이런 식으로 살 수 있는, 그러니까, 그런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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