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무리 하 수상하고, 그로테스크가 일상이 되고, 매일 경악을 하다 못해 왠만한 것에는 경악하지 않게 되어 버린 세상이고 요즘이라지만(우리는 강해지고(=둔감해지고) 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웹상의 풍경 하나.
링크 : http://agora.media.daum.net/event/idea2008/index.html
다음의 아고라에 뜬, 그리고 내가 신뢰하는 국내의 한 단체의 웹 사이트(ㅇㄴ네)에 배너 광고로 떴던, 바로 그 웹 페이지다. 웹 페이지의 일부를 보자면,
이 수상쩍은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단체를 보면, <서울특별시>, <행정안전부>, 그리고 생뚱맞게도(혹은 그럴싸하게도) <기아 현대 자동차 그룹>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세안들을 보면,
아, 진짜 눈물 난다 ;ㅁ;
터져나오는 사회적 '불만'을 그냥 잠재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거리 시위를 허용하자니 윗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운 마당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정말 생각하는 게 이 수준에 그치고 마는건지 알 수 없는 정말 수상스러운 프로젝트다. 안 그래도 듣기 싫고 귀 따가운 '불만'들이니, 차라리 노래로 승화시키라는 건감? '디자인도시'에 걸맞는 '예술도시' 프로젝트라도 하자는 건지 뭔지.
정말이지 '정치'란게 실종된 요즘이다. 요새 유행하는 '본연의 정치(proper politics)'와 관련된 개념들, 그러니까 랑시에르의 '정치적인 것(le politique/the political)'개념이라든지, 바디우의 '진리/사건'개념이라든지, 발리바르의 '평등자유' 개념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끌고 오지는 않더라도(아직 끌고 올만큼 공부도 하지 않았고 그 개념들이 사실은 좀 미심쩍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건 정말 아닌데 싶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저런 철학자들 중 한 사람 식으로 표현하자면, "본연의 정치가 실종되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정치를 행정의 영역으로 끌고오는 것, 그럼으로써 치안을(<행정안전부>라는 이름은 얼마나 이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 당신들, 천재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번 행정부의 빼어난 정치적 몸짓들. 너무나 빼어나서 무섭기만 한 그런 몸짓들...
그 밑에 "사회창안대회"라는 것도 클릭해서 대충 내용을 살펴 보아도 슬퍼지는 건 마찬가지다. 이어폰 잭을 통일 시켜 달라, 공공장소에 쓰레기통을 설치 해달라, 하는 것이 "사회창안(social invention)"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하에서 요구된다(물론 그러한 요구들도 정당하고 또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창안이라는 말은, 국어 사전에 보면 "어떤 방안,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생각하여 냄. 또는 그런 생각이나 방안"이라 되어 있다. 중요한 건 창안이 '처음으로' 하는 생각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사회를 '창안한다'는 건, 이 사회를 근본적인 층위에서 부터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는, 그러니까 "우리는 이런 사회에서 살기 싫다!"라는 외침으로 수렴되는 혁명적인 히스테리에 의해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창의적인 상상력을 동반해야 하는 거다. 따라서 이건 개념적으로 봤을 때 <행정안전부>가,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가 전유할 수 없는 말이다.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전유할 수 없는 말들을 전유할 수 있게 되려면, 모종의 상징적인ㅡ라클라우 식으로 표현하자면 헤게모니적ㅡ접합(articulation)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엄청난(?!) 상징 투쟁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걸까. 국가 기구가 이런 '혁명적'인 어휘("사회창안")를 전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랑시에르가 지적했던 바, 정치에 대한 부인의 몸짓들 중 '초-정치(para-politics)'ㅡ정치를 행정의 논리로 번역하고, 모든 정치적 주체들의 요구들을 대의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합리적인) 경쟁으로 환원하고 마는 정치체제ㅡ의 (물론, 임시적일테지만)승리를 암시하는걸까? (게다가 이게 무려 '아고라'에 게시되어 있는 웹페이지다...)
덧) 혹시 "사회창안(social invention)"이라는 말이, "사회를 창안" 한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창안"이라는 걸까? 그렇다면 아, 뭐 말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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