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간다고 해서 특별히 똑똑해진다거나 영리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라는건, 경험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되려 오랜 기간 유학 갔다오는 동안 '현실 감각' 같은 것이 너무나 무뎌진 탓인지, 아니면 유학의 '계급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뻘소리'만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유학에 대한 지독한 선망이 있는 것 같은 교수들도 봤고(유학 갔다온 이만이 공부를 하는 건줄 착각하는). 오히려 똑똑하고 영민한 사람은 어디에서 언제 공부를 하더라도 똑똑하고 영민하게 공부한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강사(특히 교수) 임용에 있어서 '국내 박사'의 비중이 적은 국내 학계의 현실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국사학과나 국어국문학과 내지는 의학과 등 몇몇 학과를 제외하고는 대개 '해외 박사'를 선호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설령 외국에서 '생산'(이런 자본주의적인 언어 말고 또 뭐 없을까) 된 지식이 한국 학계나 한국 사회에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한국 사람들이 '생산'하는 지식은 그럼 뭐란 말인가. 게다가 한국 대학원에 가면 맨날 읽고 쓰고 하는게 이런 외국산 지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 수업 커리큘럼을 봐도 그렇고, 한국어로 쓰인 논문에 달린 참고문헌만 봐도, 정말이지 (영어를 중심으로 불/독어가 중요하게 첨가된)외국어 투성이라 이게 과연 한국산 논문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자기 밑에서 공부한 제자를 배반하고 해외 출신의 박사를 임용하는 국내 교수들의 '배반 의식' 같은 것을 거론한다든지, '학계'의 (신)식민지화('지식'의 식민지화가 아니라)를 거론한다든지 하는 건 너무 쉬운 분석인 것 같다. '배반 의식'이라든지 '식민지화'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너무나 심리학적인 울림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그러한 기표가 만들어내는 기이한 담론 속에 엉뚱하게 휘말려 들어가기 쉽다. 그렇다고 "문제는 역시 인터내셔널 코스모폴리탄 시대의 지배 언어인 영어!"라고 거론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는 '표면적'인 분석인 듯 하다.
이런 것들 대신에, 오히려 '제의적'인 차원이 지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해외 박사를 선호하는 대다수의 학과들(특히 사회과학계)도 해외 박사가 국내 박사에 비해 '진짜' 더 우월하고 능력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으레, 해외 박사를 선호하는 것이다. 학계의 관습이, 학계의 의식이 수십년 간 줄이어서 그렇게 변해오고 있으니까. 아마 특별한 이유는 들먹일 수는 없을테지. 물론 학계라는 장(field)에서 이뤄지는 권력의 씨줄과 날줄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겠지만, 이 현실에 있어서 그건 그닥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고, 또 뻔한 일을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시 부딪혀봐야 아는 걸까. 아직은 몽실몽실 떠다니는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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