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병원이 싫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거기서 누리는 의사와 간호사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싫다. 지금도 가벼운 질병 같은 건 약국에서 약을 사먹으면 사먹었지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똥고집이다. 그랬다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갔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 때마다 따끔따끔하고 가끔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서. 그래서 가까운 정형외과에 찾아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간단한 물리치료도 받고 왔다. 그러고 나니 지금은 솔직히 말해 좀 살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병원이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병원이 가지는 권력이 싫다고 하는 건, 단지 그들의 권위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의 상황에서, 그들은 얼마든 자기들의 권위를 다소 양도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 '서비스 제공자'로서 '손님이라는 왕'에게 좋은 평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접수대의 방실방실 웃고 말투가 사근사근한 간호사, 배려하는 말투로 가득한 의사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아마도 간호사 분들에게 웃음과 사근사근함을 강요했을) 그 병원의 원장들을 향한 분노와 짜증, 그리고 이런 '(젠더화된) good 서비스'를 원하는 이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역겨움까지.
(이거에 비하면 차라리 내가 어릴적에 경험했던 '비인간적'인 의례를 통해 사람을 물화하여 '환자'로 만드는 그 때의 병원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오늘 갔던 병원의 간호사들은 대개 쌀쌀 맞았다(아마 관악구라는 특수한 계급적인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도 모른다. 방문자들이 대개 계급적으로 상층이 아니거든). 나는 그게 좋았다. 결국 병원이 싫은 건 병원의 '분위기' 때문은 아니다. 내 몸의 통제권을 타인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짜증이 나는 것 같다. 내 몸에 생긴 이상 상태 하나 내가 컨트롤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짜증.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타인을 의사라는 이유로 신뢰하는 듯 행동하고 내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짜증. 내가 '환자'라는 특수한 아이덴티티로 규정당하는 상황에 대한 짜증. 거부하고 부정하고 싶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중요한 병원 내의 권력-의례들.
아, 주절주절. 암튼 병원이 싫다.
근데 허리가 너무 안 좋아서... 내일도 가기는 해야 겠구나.
허리가 많이 휘었더랬다. 오른쪽으로 불룩 튀어 나온 허리를 보니, 내가 컴퓨터 할 때의 허리 그대로 굳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한 건 분명히 굽어야 할 (측면에서 본) 척추가 올곧게 뻗어있었다는 거.
와... 평소의 몸 자세, 장난 아니었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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