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촛ㅂ집회, ㅇㅂㄱ이라고 표시했어요. 예ㅂㄱ, ㅇ비ㄱ, ㅇㅂ군이란 뜻입니다. 검색 유입을 막기 위한 나름의 방편입니다 ;ㅅ; 그리고 짜증이 난 상태에서 쓴 글이라 거칠으니 읽으실 분들께는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집회에 여러 차례 나가면서, 얼마 전 촛ㅂ집회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갑작스레 '시민을 보호하는' 영웅이 되어 버린 'ㅇㅂㄱ복'을 입은 남자들이 무척 짜증스럽고 역겨웠었더랬다. 하지만 굳이 이런 저런 말을 보태지는 않았다. 또 얼마나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지, 또 얼마나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나올지, 또 얼마나 과거와 하나도 다를 것 없고 발전된 것 없는 논의들로 나를 이끌지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ㄱㄷ나 ㅇㅂㄱ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다가 ㅇㅂㄱ 논쟁이 진보넷 블로그에서 한창이루어지고 있길래 며칠 동안 살짝 살펴보았다. 여전히 수년 전과 별로 변한 게 없다. 보면 짜증나고 분노만 일 뿐, 역시 나한테 의미있는 말들은 별로 없었다. (몇몇 블로거님들의 글은 많은 참고와 지지가 되었지만^.^) 국가-(군사)남성으로 이어지는 '남성성'과 '보호'와의 상관 관계, 그 담론 안에서 발생하는 <'보호자(남성)'-'피해자(약자/'여성'/'소수자' 등)'-'적(국가권력)'>이라는 삼자 관계 내부의 이데올로기적인 의미작용들, 그리고 그 담론 안에서 순환하는 (ㅇㅂㄱ과 ㄱㄷ를 옹호하는) 진부한 논리와 언어들에 대해서는 별로 하고 싶은 말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글 쓰다 보면 내가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 -_-;

어쨌거나 이 '논란'들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예전에 한 포스팅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철(이라도) 드는게 한국 남자들이 평생을 거쳐서 해야 하는 숙명, 업보, 카르마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ㅇㅂㄱ을 무작정 옹호하는 남자들, 그리고 ㅇㅂㄱ들이 지금 국가 폭력으로부터 누구누구들을 '지켜 주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는 남자들, 여성주의적 마인드로 쓰여진 글들에 대해 블라블라 지껄이는 남자들이 여전히 많다. 이네들은 사회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못한, 지나치게 '유치한' 발상을 갖고 있다. 막말로 설령 자기들이 정말 시위대를 보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정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설령 누군가가 인정받지 않는다고 하여 상처받고, 그것을 (언어) 폭력으로 전이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말로 그대들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도 많잖아? 그리고 너희끼리 서로 위안해주면 되잖아? ㅇㅂㄱ이 그렇게 좋으면 너네끼리 가서 놀라고 제발 -_-)

이렇게 한국에는 '사회적인 인정'에 목 말라하는, "제발 날 좀 봐주세요"라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너희를 보호해주고 있으니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를 칭찬해달라, 는 외침이다. 좌파/우파,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인정'에 목마르다 못해 폭력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유치한' 남성들이 많은 건 똑같다.

이는 평화운동, 환경운동,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 말들이 여성주의에 대해서는 유독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남/녀 편가르지 말라"부터 시작해서 "여성주의는 이기적", "여성주의는 중산층/부르주아 여성들이나 하는 운동"들이라는, <오해>부터 시작해서 <오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들. 이와 대조적으로 "노동운동이 이기적", "평화운동은 중산층/부르주아나 하는 운동", "환경과 인간 편가르지 말라"는 말들은 잘 성립하지 않지 않는가? 대체 여성주의에 대한 이러한 말들이 겨냥하는 바는 뭘까? 이러한 말들이 욕망하는 바는 뭘까?

나는 이런 이야기들은 다른게 아니라 바로 "남성을 (제발) 인정하라"는 욕망에 기반한, '고만고만한 똑같은 소리'로 읽는다. 그럼 대체 누가 남성을 인정하는가? 바로 "지혜로운 (현모양처 형) 여성"들이다. 특히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이러한 요청은 극에 달한다. 남성들 자기 자신들이 한편으로 '불합리'하고 '짜증스럽게' 느끼는 군대 경험은, 사실상 그들을 일종의 '희생자'로 만든다. 그러한 것들을 많은 남성들이 '희생'으로 의미화하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은 대개 (특히) '여성'들의 감정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것을 누군가가 부정한다고 느끼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경험이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거기에 대해 무작정 분노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국 남자들은 '응석받이'나 다름 없다. 이러한 많은 남성들의 '응석'이 얼마나 많은 논의들을 가로막고,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황폐하게 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들 중에 하나는, 특히 군대 문제와 관련지었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인데, "여성주의는 남성을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다"고 운운하는 말들이다. 이런 걱정 섞인 '충고'가 얼마나 웃긴 일인지는, '여성주의'라는 말을 다른 정치적 사상들로 바꿔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탈식민주의는 제국주의자들을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다", "노동운동은 자본가를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다" 등등. 이러한 말들이 얼마나 그로테스크 한가. 이에 반해 왜 여성주의에 대해서 유독 남성들을 끌어 안고 가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인가(여성주의가 '남성'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참 웃긴 일이라고 생각한다만). 왜 유독 여성주의에 대해서는 보살핌comfort를 요구하는가. 이는 여성주의를 '정치적인 담론'으로 보고 싶지 않아하는,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의식의 발로는 아닌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평화운동, 환경운동, 노동운동, 장애인운동, 노점 운동 등이 모두 특정한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이듯, 여성주의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운동도 이해관계와 떨어져서 작동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해관계는 필연적으로 어떤 사회적 '충돌'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당연히도 어떤 특정한 그룹과 그룹 사이의 '배제'의 양식을 띠기 마련이다(이 '배제'를 최대한 상대화하고, 그 매커니즘에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지는 중요한 담론 중 하나가 여성주의다). 그러나 그것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구성적인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다. 그리고 설령 그 '배제' 과정에서 ㅇㅂㄱ을 옹호하는 수많은 남성들이 소외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자체로 누가 누구에게 '사과'하거나 할 문제인가? 오히려 그 '소외감'이 대체 뭔지, 그리고 그것을 유발하는 원인부터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한국 남자들은 매일 '센 척' 하지만 그 한편으로 너무나 말랑말랑한 심장을 가진 것 같다. 그 말랑말랑한 심장을 드러내는 거,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마치 감추고 싶은 진실을 감춘 곳을 콕 찔리면 버럭!하기 쉬운 것 마냥, 이렇게 시끄럽게 굴 필요 전혀 없다. 그 말랑말랑한 심장을 성찰하고 공개적으로(주변의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게 성장의 첫 걸음이다.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공부하라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운동에 참여하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 껏 하던 짓 그만두는게 나의 작은 바람이지만, 일단 제발 응석부리는 것부터 중단해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그리고 성장해다오. 그래야 '소통'할 수 있단다. 너희들의 응석을 받아줄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 별로 없단다.


덧) 보통 일상적으로 늘 '인정'받아 오던 사람들이 한 번 누군가로부터 부정당하면 쉽게 상처 받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유명하고 성공한 뉴요커 남성 예술가의 일상을 다룬 한 영화에서, 그 예술가는 자신에게 미술을 배우고 싶어 찾아온 한 여성을 성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리고 노동력까지도 착취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여성이 그 관계의 종언을 선언하고 자신에게 미술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하자, 그 남성 예술가는 정말 큰 '상처'를 입는다. 이제와서 자기한테 왜 이러냐는 이유다. 그 전에는 일상적인 폭력과 착취에 시달렸던 인물이 순식간에 '가해자'로 둔갑하는 것이다. 늘 어렸을 적부터 인정받고 살아온 모범생들이, 동료간 경쟁과 평가에 더 민감한 것처럼...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때로는 행위에 대한 동기가 되지만, 때로는 (특히 군대나 ㅇㅂㄱ과 관련해서는) 프란츠 파농이 말했던 개념인 "수평폭력"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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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