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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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 2008/04/25 21:56

Terry Eagleton. The Idea of Culture. Oxford: Blackwell, 2002. 14-5. 의 일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 삶의 모든 형식들은, 그것이 반대하는 사람들(dissident)[*]이나 소수자 그룹의 것일 경우에는 찬미할 만한 것이 되지만, 반면 다수의 것일 경우에는 응징되어야만 할 것이 된다. 따라서 포스트모던한 '정체성의 정치학'은 레즈비어니즘은 포함하지만 내셔널리즘은 포함하지 않는다. 이는 포스트모던한 급진주의자들에 반대되는 낭만주의적 급진주의자들에게는 완전히(wholly) 비논리적인 운동이다. [이글턴은 앞에서 낭만주의 혁명기와 20세기 혁명기를 비교 했음] 정치적 혁명기를 살아왔던 낭만주의적 급진주의자 진영은, 다수의 운동이나 합의가 언제나 무지몽매하다고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다. 반면, 나중에 번창하였으며 같은 역사 속에서 덜 행복했던 국면을 거친 포스트모던한 급진주의자 진영은 급진적인 대중 운동의 신념을 포기해 버렸다. 그렇게 소중한 운동들을 거의 기억하지도 못한 채로. 이론적으로 봤을 때, 포스트모더니즘은 위대한 20세기 중반의 국가 독립 운동의 이후에 나타났으며, 이는 마치 지진처럼 터져나왔던 정치적인 대 격변을 기억하기에는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나 너무나도 어리다/미숙하다.

[*] dissident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에 강하게 동의하지 않고 비판하는 사람. 특히 이러한 종류의 행동이 이 사람을 위험으로 몰고갈 수 있는 나라에서."이다.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지^^;


가끔씩 이글턴의 책을 읽을 때 "교양주의자"라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렇게 글을 쓸 줄은 몰랐는걸(번역 안된 원서로는 처음 접하는데). 사실 그의 책을 보면 단어도 쉬운 단어를 쓰지 않는 편이라, 단어의 수준만 보면 정말 '교육 받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많다.. 어쨌거나 사실 이 부분을 읽고서는 좀 불쾌해 졌다. 특히 "미숙하다(young)"는 표현에서는. 정말 "교양주의자" + "어르신"스럽다.

정말 포스트모더니스트가 어쨌다는걸까? 사실 정체성의 정치학에 관심을 보이거나 하는 사람이, 테리 이글턴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할 듯한 '계급 투쟁'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에 관심을 갖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런 세상에서는. 물론 실제적인 행위나 운동의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될텐데. 또한 '이론적인' 정체성의 정치학들은 사실상 맑스주의에도 큰 빚을 지고 있다. 이글턴은 상당히 LGBTQ 운동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알고(만) 있는 LGBTQ 액티비스트들은 반전 집회에도 나가고, 대운하 반대도 하고, 자본주의에도 열심히 반대하더라(물론 다 그런 건 아니야...). 게다가 고기를 잘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흥, 전통 맑시스트들 보다는 훨씬 아름답지 않은감?

대체 이글턴은 누굴 보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마 구체적인 대상이 없을 것 같다. 그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러고보니, 며칠 전 대강 훑어보았던 Geraldine Harris의 Beyond Representation이라는 책에서도 이런 생각을 본 적이 있다. Harris는 포스트모던 정치학을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정치학, 혹은 친-자본주의적 정치학으로 박음질 한다. 확실히 포스트모던이 '욕'이긴 '욕'으로 취급되는구나...;


덧) 확실히 나도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티, 포스트모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런 논의들을 보면 갈수록 혼란만 더해간다. 며칠 전에 Oxford 대학에서 나오는 "A Very Short Introduction" 총서 중에 <Racism>, <Postmodernism>, <Poststructualism>, <Ideology>, <Postcolonialism> 5권을 주문 했는데, 요 책들이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기본 어휘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 시리즈는, 조나단 컬러의 <Literary Theory>가 괜찮게 읽히길래(이건 동문선에서 나온 번역본으로 구했음) 다른 책들도 주문했는데, 제법 괜찮은 총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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