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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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 2008/04/19 23:39

19일 오후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중점적으로 관리를 하라는 뜻이지 꼭 50개 물가지수를 만들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실용적인 방향으로 토론을 해보라는 뜻이지 곧이 곧대로 교조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이데일리 080319일자 신문]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읽게 된 기사에서 '충격적'인 글귀를 봐 버렸다 -_-;

지난 번, 정말 웃기지도 않은 에피소드가 되어 버린 '하루 통과 차량 220대 톨게이트' 사건도 그렇지만, 이 '50개 생필품' 발표도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근데 문제는 이게 단지 코미디가 아니라, 정말 현실이라는 것이다. 예전대선 기간에 "어허허허... 오해입니다"로 새로운 유행어를 낳았던 2MB 답달까.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은, 말 하나도 신경써서 해야만 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순식간에 정치적/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으니까. 헌데 이제 그의 말 하나도 그 자체로 믿으면 안 된다. 뭥미? 믿어 말어?

게다가 여기에서 2MB에게는 정치적으로 빠져나갈 구멍, 혹은 정치 공세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완충막이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 되었다. 어쩌면 나중에 "한반도 대운하"도 일반 공무원들의 자의적이고 "교조적" 해석에 의한 프로젝트였다고 발뺌할 수도 있을게다. 허허허허. "영어 몰입 교육"도 마찬가지 말을 할 수 있겠지. "7% 성장론"도 한번 "실용적인 방향으로" 경제 성장을 검토 해보겠다는 뜻이지, 진짜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대단하다. 진짜 님들 좀 짱인듯?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2MB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물론 2MB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도대체 저 인간의 뇌 속에는 무엇이 들었나, 즉 2MB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2MB의 말을 들어도 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느라 밑에 있는 사람들은 이리 쿵 저리 쿵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어볼라치면 호통부터 치는 대통령이니 "진의"가 무엇인지 물어볼 수도 없다(2MB 스스로도 자기가 하는 말이 뭔지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모든 발생 가능한 문제들의 책임은 그 밑에 있는 관료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앞으로도 2MB는 저 뒤에서 그냥 아무 말이나 툭 던질 것이고, 그 밑의 관료들은 온갖 수단을 써서 그 말과 관련해서 정말 뭐라도 하려고 들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저런 변화는 많을 테지만, 정말 아무런 비전도 목적도 없는 산발적이고 혼란스러운 변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죽어 나가는 건 다 마찬가지. 한 명만 빼고.


그리고 밑에는 다소 무리하고 오버스러운 연결이지만, 참조할 만한 것 같아서.

스탈린주의는 엄격한 중앙 집권적 지휘 체제로서, 최고의 지도층이 지침을 하달하면, 상층부로부터 밑바닥까지 누구나 그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첫 번째 수수께끼가 있다.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정확하게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복종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1929~30년 국유화 운동에서 "국유화 방식에 대한 상세한 지침은 한 번도 하달되지 않았고, 지침을 요구한 지방 관리들은 견책을 당했다." 실제로 하달된 것은 일종의 암호ㅡ1929년 12월에 스탈린이 공산주의 아카데미에서 행한 연설ㅡ였다. 여기서 스탈린은 국유화를 위해 '부농(kulak) 계급을 끝장내라'고 지시했다. 하급 간부들은 그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열의를 다했고, 적에 대한 관용이나 경계 소홀의 죄목으로 고발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하기도 했다. 이들이 스탈린의 명령을 지나치게 열심히 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스탈린은 지방 관리들이 명확한 지시 사항을 하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행했던 과잉 충성의 결과들을 부인했다.

-슬라보예 지젝, 『죽은 신을 위하여』, 도서출판 길, 2006, pp.172-3.


자, 이 분석을 단순히 단어들 위주로 한 번 바꿔보자. 픽션을 쓴다는 마음으로. 픽션은 픽션일 뿐, 오해하지 말자~

2MB주의는 엄격한 중앙 집권적 지휘 체제로서, 대통령이 지침을 하달하면, 상층부로부터 밑바닥까지 누구나 그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첫 번째 수수께끼가 있다.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는 들었지만, 정확하게 말해주지도 않았고, 또 막상 해도 그게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복종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실패로 끝난 2008~10년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서 "대운하 건설 계획에 대한 상세한 지침은 한 번도 하달되지 않았고, 지침을 요구한 관료들은 문책을 받았다." 실제로 하달된 것은 일종의 암호ㅡ2007년 대선 기간에 2MB의 공약ㅡ이었다. 여기서 2MB는 경제 부흥과 실용주의를 위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자'고 언명했다. 그의 당선 이후 정부 관료들은 그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열의를 다했고, 실용적이지 못하다거나 창의적이지 못한 무능력한 인재라며 퇴출당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하기도 했다. 이들이 2MB의 명령을 지나치게 열심히 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하지만 2MB는 관료들이 명확한 지시 사항을 하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행했던 과잉 노력의 결과들을 부인했다.

- 작자 미상, 『21세기 동아시아 잔혹사』, 돈데까나 출판사, 2106,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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