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다양성과 단조로운 유사성 사이에서. 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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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 2007/12/21 01:21

발터 벤야민 선집, <일방통행로>, 길, pp.101-102


1. 비평가는 문학투쟁의 전략가이다.

2. 당파를 정하지 못하는 자는 침묵해야 한다.

3. 비평가는 지난 예술시대를 해석하는 자와 아무 상관도 없다.

4. 비평은 예술인들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이 서클(同人)이 쓰는 개념들은 구호이고 또한 오로지 구호 속에서만 전투의 함성이 울려 나오기 때문이다.

5. "사실성"(객관성)은 항상 당파정신에 희생되어야 한다. 투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말이다.

6. 비평은 도덕적 사안이다. 괴테가 횔덜린과 클라이스트, 베토벤과 장 파울을 오인했다면, 그것은 그의 예술관이 아니라 그의 도덕에서 비롯된 것이다.

7. 비평가들에게 그의 직업동료는 상위의 심급(審級)이다. 독자가 그러한 심급이 될 수 없다. 후세는 더더욱 아니다.

8. 후세는 잊어버리거나 기릴(칭찬할) 뿐이다. 비평가만이 작가의 면전에서 판결을 내린다.

9. 논쟁(혹평, polemik)이란 한 권의 책을 그 책에 들어 있는 몇 개의 문장을 가지고 처치해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 책을 적게 연구할수록 그만큼 더 좋다. 파괴할 줄 아는 자만이 비평할 능력이 있다.

10. 진정한 논쟁은 한 권의 책을 마치 식인종이 갓난 아이를 요리하는 것처럼 애지중지하며 다룬다.

11. 예술에 대한 감격은 비평가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비평가의 수중에 든 예술작품은 정신적 가치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 그가 투입할 수 있는 백병(白兵)이다.

12. 비평가의 기법을 짤막하게 요약하면 : 이념들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표어를 부각시킬 것. 칠칠치 못한 비평이 만들어낸 표어들은 사상을 유행에 헐값으로 팔아 치운다.

13. 독자는 언제나 부당하게 취급당하면서 그래도 결국 비평가에 의해 대변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조금 불편한 것도 있지만, 내가 '비평가'라고 분류하는 사람들에게 여기 제시된 벤야민의 명제는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 같다. 특히 인용한 이 부분은, 스티븐 풀러의 <지식인>과 관련 지어서 생각할 것들이 있는 듯 하다.

이 명제 앞에 제시된 <작가의 기법에 대한 13가지의 명제>나 <속물들에 맞서는 13가지 명제>도 재미있다. 다만 후자는 조금 이해가 잘 안 되서... 그나저나 이 다음에 나오는 <13 번지>는 제 아무리 어여삐 봐주려고 노력해도 토할 것 같다. 그래도 꾹꾹 참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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