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부터 들었는데, 내년부터는 ‘부성주의’를 벗어나는 법안이 시행된다고 한다. 부성주의란 자녀는 자연스레 법적으로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부부간 ‘합의’가 된다면 어머니의 성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 원래 입법안은 부부간 ‘합의’가 원칙이었다 한다. 그러나 대단한 ‘반발’이 예상되기에(정말 엄청날 것 같다;) ‘원칙’은 부성주의로 해놓고, 부부간 ‘합의’시에 어머니의 성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절충안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이정도면 굉장한 변화구나 싶어서 정말 부끄럽게도 “우와, 좋다”, 라고 말해버렸다. 그러나 친구 말대로 법의 원칙이 부성주의를 고수하고 있기에, 만약 부부간에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엔 자동으로 부계 성을 따르게 된다. 과연 대한민국에 사는 ‘부부’들 중에, ‘합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뿌리 깊은 부계혈연주의의 영향을 무시한 채로 이런 법안이 유통된다 한들 별로 효력이 없을 것이다. 친구말대로 정말 합의가 안 되면 모계 성을 따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법안일지도 모르는 것을. 현실적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그나마 다행인건, 내년부터는 부계 성과 모계 성을 다 쓰는 ‘양성’이 법적으로 인정된다는 것. 내 생각에 양성을 쓰는 아이들은 제법 늘어날 것 같다. ‘양성’을 쓰는 것은 한편으로는 정말 쿨 한 것이고 한편으로 지극히 당연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들이니까. 정말 의식 좀 있고 생각 좀 하는 부부라면 양성을 많이 쓰기는 할 것이다. 그럼 나도 이름 바꿀 수 있는건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 맘대로 성을 쓰거나, 성을 쓰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는' 안 되는 건가. 성을 쓰는 것도 싫고, 이름도 좀 자유롭게 바꾸고 싶다. 나는 예컨대 대학에서 성을 기준으로 가나다 순으로 학번을 부여하는 것이라든지, 같은 성이면 괜히 반가워하는 것이라든지(그래서 괜히 친한척하는 사람들이 싫다), 난 이런게 정말 꼴도보기 싫은 바보같은 짓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 뭐 추가로 좋은 소식도 있었다. 물론 아직 계류 중이라고는 하는데, 내년부터는 <개인별 신분 등록제>가 시행될 것 같다고 한다. 조중동에서는 계속 가족별 신분 등록제를 주장하고 있다는데, 입법안을 내는 사람들 중에 정말 다행히도 가족별 신분 등록제를 주장하는 바보들은 없다고 한다. 물론 개인별 신분 등록제로 바뀌어도 어떤 내용이 기록되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나름대로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
그런데 꺼림직한 소식도 있었으니, 이번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 통과에 관한 것이다. 나는 개악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번 비정규직 입법안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잘 모른다. 그치만 얼마전에 발표난 것으로는 전문직 인력과 박사급 인력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되고 2년이 넘더라도 의무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난 전문직들은 잘 모르겠고, 시간강사나 연구원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하는지 솔직히 걱정된다. (일다 기사링크) 공공연한 비밀처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생활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디서 많이 배워 먹었으니 알아서들 살아보란 얘기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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